© plave_official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웹진 〈아이돌로지〉 전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다. K-팝이 삶의 세계와 부딪치는 순간들을 지켜보려 한다.

 

소셜 라이브를 진행 중인 아티스트의 신발에 맨발이 비쳐 보인다. 동료 멤버는 농담처럼 “양말을 안 신은 거냐”고 물으며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신발을 가려주려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티스트의 바지 너머로 맨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면 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한다. 스태프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알린다. 동료는 몸으로 가려준다. 현실의 인간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이건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영상이다. 실제 인간을 모션 캡처해 카툰 스타일의 캐릭터 가 살아 움직이게 하며 활동하는 아티스트다. 데뷔 초반 라이브에서 종종 기술적 오류가 발생하곤 했는데, 이 장면도 그중 하나다. 팬들은 이런 장면들을 모아두고 공유하며 즐길 거리로 삼는다. 팬덤은 종종 아이돌을 놀라게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플레이브의 이 같은 모습은 버추얼 아이돌 기술이 여전히 발전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와 버추얼 아이돌이 어떤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지 엿보게 해주기도 한다.

버추얼 아이돌은 약진하고 있다. 2023년 플레이브를 데뷔시킨 소속사 블 래스트(VLAST)는 설립 1년 만에 흑자로 전환됐고, 매출은 3년 사이에 100배 이상 늘었다. 이들은 2025년 한국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초동 100만 장 판매를 기록하고, 지상파 음악 방송 1위에 올랐으며, 고척 스카이돔에서 출발하는 월드 투어를 진행했다. 유튜버 김계란이 기획한 ‘이세계아이돌’은 단행본과 굿즈를 위한 소셜 펀딩에 41억 원이 모일 정도의 체급이다. 현직 걸 그룹 멤버 30인이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을 벌이 는 웹 예능 〈소녀 리버스〉(2023)도 있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속 픽션 캐릭터이기는 하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3인조 ‘헌트릭스(HUNTR/X)’는 그래미를 수상한 최초의 걸 그룹이 된 셈이다. 이 외에도 버추얼 유튜버 출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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