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고층 빌딩 사이로 붉은 노을이 내려앉은 7월의 어느 무더운 저녁. 에어팟 너머로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But I’m still here, yeah I survived. Still breathing, still choosing life…” 담백한 드럼 비트, 그루브 한 베이스 라인 위를 부유하는 소울 보이스.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는 평범한 퇴근 길 풍경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바꿔놓았다. 노래 제목은 ‘I love me’, 부른 이는 조이 로즈(Joy Rhodes).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가 뮤지션 요조의 추천이라며 알려 준 이름이었다.
스포티파이 페이지에 표시된 조이 로즈의 월 리스너 수는 84만 명. 갓 데뷔한 신인이라는 걸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이 로즈는 AI로 만든 버추얼(virtual, 가상) 아티스트. 현재까지 알려진 실제 창작자도 없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완전히 속았다”는 반응은 역설적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 주는 방증일 뿐이다.
버추얼 아이돌의 다음 단계는 ‘사람이 아예 없는’ 아티스트
플레이브(PLAVE), 이세계아이돌(ISEGYE IDOL), 스텔라이브(Stellive) 등 인기 있는 한국의 버추얼(virtual, 가상) 아이돌 에는 공통점이 있다. 캐릭터 뒤에 실제 사람이 있다. 모션 캡처로 움직이고, 실제 가수가 노래를 부른다. 캐릭터는 가상이 지만 목소리와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캐릭터 뒤에 실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팬들과 깊은 내적 교감,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 외모나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캐릭터, 상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실의 제약을 버추얼이라는 기술로 넘어서게 해주는 것이다. 조이 로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목소리, 스포티파이 아티스트 페이지의 이미지, 세계관 모두 생성형 AI가 만들었다. 사람(창작자)은 뒤에서 프롬프트를 입력하거나 AI가 생성한 가사, 멜로디를 다듬을 뿐이다. 무대 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