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집요하다.

풀잎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던 사람.
초여름 냄새는 이렇게 다르다고 알려 준 사람.
열 살의 나는 오래 기다렸고,
기다리는 법 대신 사라지는 법을 배웠다.

떠난 것들은 몸에 남는다.
그게 전부였다.
다행이다.

모른다는 게 무섭다.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다쳤다는 건 안다.

의지였는지,
우연이었는지.
누구 덕인지, 탓인지.
희미해지고
사라진다.

아이가 됐다가
학생이 됐다가
어른이 됐다가.
응원했다가
놓았다가
미련했다가.

이름을 지운다.

호메옹,
지워서 빚은 그릇.

도망이 아니다.
담기지 않을 때
새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걸 통과라고 부른다.

나를 썰어낸다.
슬라이스처럼, 먼지처럼.
균열 사이로만 빛이 든다.

열 살의 아이를 기다린다.
풀 이름을
초여름 냄새를
사라지지 않고
또박또박 말해 주려고
입술을 폈다 오므린다.

어제 일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호명
李浩銘
Homeón Lee

뮤지션 찰리 XCX의 ‘쿼런틴 생존기’는 이처럼 유쾌하고 사랑이 넘친다.MUSICNEWS

뮤지션 찰리 XCX의 ‘쿼런틴 생존기’는 이처럼 유쾌하고 사랑이 넘친다.

2020/05/23
2020년 여름, <데이즈드>의 7월을 풍미한 ‘이달의 소녀’.MUSICNEWS

2020년 여름, <데이즈드>의 7월을 풍미한 ‘이달의 소녀’.

2020/06/25
꾸준하게 시를 써 내려온 구준회에게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아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그 안에 감정을 녹여내는 것, 그리고 세상 혹은 자신과 소통하는 것.  구준회의 강건한 시 가운데 오늘 우리는 ‘진리’를 함께 읊기로 했다. FASHIONNEWS

꾸준하게 시를 써 내려온 구준회에게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아 적절한 단어를 고르고 그 안에 감정을 녹여내는 것, 그리고 세상 혹은 자신과 소통하는 것.  구준회의 강건한 시 가운데 오늘 우리는 ‘진리’를 함께 읊기로 했다. 

202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