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톰 삭스, ‘전사의 두상’, 2024, 스테인리스스틸 부품이 달린 실리콘 청동에 젯소, 질산 제2철 녹청, 76.2 X 45.72 X 35.6cm

지금까지 여러 포토그래퍼와 많은 사진을 찍었죠. 어떤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드나요. 오늘 찍은 사진은 아직 제대로 못 봤으니까 빼고요.
오늘 함께한 포토그래퍼 이름이 오성재라고 했죠? 모니터를 통해 사진을 언뜻 봤지만 정말 좋았어요. 제 메인 포토그래퍼는 마리오 소렌티예요. 그의 사진을 좋아하죠. 저와 형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고요. 마리오는 저희 집안 공식 사진가이기도 해요.(웃음)

에 실린 마리오 소렌티의 사진을 좋아해요. 웃옷을 벗은 사진이요.
하하하. 그 사진에서 저는 근육이 울뚝불뚝하죠. 복근도 선명하고요. 그거 전부 다 포토샵이에요.(웃음) 전부 마리오가 만들어준 거죠. 저에게서 최선을 뽑아낼줄 아는 친구예요. 그의 장점이죠.

그렇게 말하기에는 운동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운동을 많이 하지만 매일은 아니에요. 전 파스타를 어느 정도 먹어줘야 행복이 유지되는 편이라서요. 마르면서 비참해지는 것보다는 뚱뚱하면서 행복하길 택할게요. 제 뱃살을 보면, 제가 얼마나 행복한 인간인지 깨닫곤 해요.(웃음) 최근에 어떤 분과 대화를 한 적이 있어요. 그분은 정말 말랐더라고요. 그 이상으로 인품이 안 좋았고요. 누군가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못되게 구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그 사람은 못된 게 아니에요. 그냥 배고파서 그러는 거죠.

그래서 지금은 행복한 거고요?
하하. 아주 행복해요.

오랜만에 방한했죠. 이번에는 꽤 오랜 시간을 한국에서 보내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동대문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동대문은 정말이지 훌륭한 도구와 재료, 그리고 장인이 넘쳐나요. 제가 커리어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곳을 택했을 거예요. 뭔가 창조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법의 공간이니까요. 50년 전 뉴욕처럼요. 앞으로 20년 안에 서울은 최전성기를 또 맞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지금은 아주 빛나는 순간일 테고요.

촬영하러 오기 전에 미팅을 했다면서요. 서울의 빛나는 순간에 동참하게 되는 걸까요.
맞아요. 어떤 미팅을 했죠. 그 결과는 곧 공개될 텐데요, 그게 무엇일지는 기대해도 좋습니다.(웃음)

그 이전에는 뭘 했나요. 다른 인터뷰에서 ‘모닝 루틴’에 대해 이야기한 걸 봤어요.
지금 우리는 잠에서 깨자마자 아주 많은 정보에 노출되잖아요. 그 정보를 접하기 전에 무엇이 됐든 스스로 어떤 아웃풋을 만든다고 했죠.
맞아요. 그건 제 철칙이거든요. 오늘은 종이 위에 작은 낙서를 했어요. 그러고선 스마트폰을 봤죠.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스마트폰에 중독됐어요. 이제 저는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해요. 여러 기기가 제 잠재의식과 직관의 힘을 막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아웃풋을 만드는 거죠.

그래도 스마트폰이 때로는 도움이 될 때가 있죠?
스마트폰은 최고의 도구예요. 현재까지 발명된 최고의 기계임이 틀림없어요. 이 기계는 우리를 도와주는 동시에, 여기에 의존하게끔 만들어요. 기억해야 할 게 있어요. 스마트폰은 단순히 도구에 불과하고, 우리는 도구의 주인이 돼야 한다는 것이요. 여러 수련이 필요한 일이죠. 스마트폰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자기관리에 필요한 습관이 부족할 때 나타나요. 우리는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활동을 위한 좋은 습관을 찾아야 해요. 이를 위해서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도 있고요. 한국에서는 이번에 두 개의 개인전을 진행하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진행하는 전시는 ‘스페이스 프로그램’의 일환이에요. 아주 광활하죠. 이번 주제는 ‘무한대’입니다. 행성을 넘나들며 시간과 공간, 그리고 존재에 대해 고찰했어요. 어떤 차원에서는 모든 게 동시에 존재할 수 있어요. 그곳에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태어나고 죽는 게 아니라 그냥 존재하죠. 물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의 차원에서는 시간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지만요. 마치 돈처럼요. 시간이라는 개념은 자본주의적 산물이에요. 일종의 환상이랄까요. 그 환상 속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을 겪으니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만 하죠.

우리가 있는 타데우스 로팍에서의 전시 는 또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네요.
는 제가 작년에 연구하고 재현한 피카소의 조각과 그림을 모은 전시예요. 정확히는 1935년부터 1947년까지 피카소가 만든 작품을 재현했어요. 게르니카 폭격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가 있던 때요. 피카소의 커리어에서 정말 중요한 시기였죠. 이때 피카소는 복잡한 환경에 놓여 있었어요. 작품 인생의 절정을 찍었지만, 나치가 점령한 프랑스에는 수많은 죽음이 산재했죠. 피
카소는 이런 종말론적인 시대를 담았어요. 밝은 색채는 사라지고 어둠만 남았죠. 대체로 작품을 터프하고 굵은 ‘하드 엣지hard-edge’ 스타일로 작업을 했고요. 이때부터 피카소는 기발한 것보다는 단순함을 추구해요. 명암도 없죠. 강렬한 색채와 굵고 선명한 윤곽선이 두드러지는 형태로요. 그건 톰 삭스의 작품과도 비슷하게 느껴지네요. 저는 명암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관심이 없으니까요. 이건 제가 게으른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저는 최소한의 작업만 하고 싶거든요. 피카소가 남긴 작품의 선을 보면서, ‘이건 내가 다시 만들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의 작품을 다시 만드는 일은 예술가의 의도를 파악하기에 좋은 방법 같았고요. 예전에 “그림을 배우고 싶다면 나만의 피카소를 그리는 것부터 시작하라”라고 말했죠. 네, 예술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피카소를 공부하고, 그의 작품을 복제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어보라고 권해요. 작품을 연구하고 복제하고, 또 그 과정에서 변화를 만든다면 그게 여러분의 것이 될 테니까요. 그가 작품을 만들며 겪은 과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거예요. 어쩌면 그의 실수까지 알 수 있겠죠. 예술가는 실수를 통해 작품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 알게 될 때도 있거든요.(웃음)

또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피카소는 예술과 동의어”라고 했죠.
피카소의 작품은 예술보다 금융상품에 가까우니까요.(웃음) ‘크리넥스 티슈’, 또는 ‘제록스 복사기’처럼 피카소라는 단어는 예술의 대명사처럼 쓰이고요. 그렇다고 피카소만 특별한 건 아니에요. 저는 피카소의 작품은 일상적인 물건과 똑같다고 받아들이거든요. 물론 좀 더 근사할 수는 있겠지만요. 저는 피카소와 대걸레 양동이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둘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죠. 예전에 저는 수년간 걸레질 전문가로 살았어요. 그때 알게 된 사실이 있죠. 걸레질을 잘하기 위해서는 좋은 양동이가 필요하다는 걸요. 저는 러버메이드사에서 만든 양동이를 좋아해요. 대걸레를 쉽게 짤 수 있거든요.

1990년대에 피터르 몬드리안의 회화를 연구하고 재구현했죠. 지금은 파블로 피카소를 탐구하고요. 제게 몬드리안은 우주적이고, 피카소는 다분히 인간적이라 느껴져요. 동의하나요?
과연 그럴까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정보는 몬드리안보다 피카소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피카소는 주색에 빠져 산 것으로 유명하죠. 그의 여성 편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요. 반대로 몬드리안은 좀 더 조용히 살았어요. 그래서 실제로 그가 우주에 몰두했는지는 모르는 일이에요. 몬드리안은 수도승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술과 음악 같은 것을 좋아하긴 했죠. 그러니까 제
말은, 모든 사람은 입체적인 존재라는 거예요. 우리는 아폴론인 동시에 디오니소스죠. 몬드리안은 우주적이고, 피카소는 인간적이라는 말에 동의하기는 어려워요. ‘각자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그럼 톰 삭스의 방식은 뭘까요?
제가 목수였을 때 멘토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한 적 있어요. “톰, 처음부터 제대로 해낼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단다. 다만 다시 할 시간은 언제나 있는 법이지.” 굉장히 냉소적인 화법이죠.(웃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 볼까요? 하나는 속도를 늦추고 한 번에 제대로 하는 것, 나머지는 속도를 높이고 두 번 하는 것이요. 저는 늘 후자를 선택해요. 규격을 두 번 재고 한 번에 자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냥 한 번 재고 두 번 자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한 작업의 결과를 볼 수 있어요. 또 실패했다는 영광의 상처가 남고요. 그 흉터는 많은 정보를 줘요. 작품을 좀 더 재밌게 해주기도 하고요.

지금 재밌는 건 뭐예요.
셀 수 없이 많은데요,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목표예요. 이번 주는 인공지능의 기원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또 자카르 직기에 관심이 생겼어요. 최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기계죠. 그리고 펀치 카드 시스템? 재밌는 건 아니지만 서울의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요. 두 거대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분단된 한국의 비극적인 역사에 관해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했던 동대문. 행정상으로 주요 지역은 아니지만 제게는 가장 중요한 곳이거든요. 제 차기 스튜디오가 세워질 수도 있어요.(웃음)

이 중에 특별히 빠져 있는 것도 있을까요?
한 가지가 있죠. 아직은 비밀이지만, 이것에 대해 6개월은 더 떠들 수 있어요. 아니다, 8개월 정도?(웃음) 그 이후에 어떤 게 나올지 기다려보죠.

Text 바론(Baron, 윤승현)
Photography Oh Sungjae
Art 잉걸(Ingur, 양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