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H(ER) #1

나방이 무슨 죄야.

너를 뭐라고 부를지 많이 떠올렸어.
차마 말하지 못했지.

기묘한 동정심.
끝없는 불안.

너에게 나는 빈약한 기회.
나에게 너는 낭만적인 기적.

그런 표정 짓지 마.
그런 말 좀 그만해.

지옥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
모든 가치의 부정.

 집착과 감시는 나비의 몫이지.
일거수일투족 보고는 너의 몫이지.

개의하거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빛나는 죄악.
최후의 갈구.
죽음의 관조.

맞습니다.
떠나고 싶어 했습니다.

경탄과 가련.
무기력.
투쟁.

엄마, 나방이 보여.

그만하자고 그만해.

취한 나.

네가 좋아.
네가 좋다는 게 좋아.
네가 좋아하는 게 좋아.

취한 나.

나방이라도 되고 싶었어.
뭐로든 불러주길 원했어.

나방은 죄가 없어.

 

MOTH(ER) #2

눈을 떴더니 날개를 감추래요.
팔을 들었더니 코를 막으래요.
입을 벌렸더니 지퍼를 채우래요.

너를 향해 날아서
너의 페로몬을 맡고
우리의 관계를 확인하고 싶거늘

아무것도 하지 말래요.
사랑이라고 하지 말래요.

왜 한계를 두나요.
왜 이게 다라고 하나요.

나는 불이 난 방에 있고
너는 비가 오는 밖에 있어요.

나비보다 못한 게 뭐라고
나비를 위해선 자기 자신까지 내려놓기도 하면서
나비의 독은 왜 나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엄마는 아는데,
그 귀여운 걸 몰라줘요.

나는 만들어요.
만들고 말 거예요.

빛이 쏟아질 그날이 오면,
조그맣고 동그랗게 입술을 떼며 말하죠.

너에게
MOTH가 있어.

사랑이라고 하지 않을래요.
같잖게.

P.S 오랫동안 준비한 옷 가게 ‘MOTH’가 오는 5월 1월 성수동에 문을 열어요.
<데이즈드>의 17살 생일, 저도 17살 시절로 돌아가 그때 그 꿈을 꿔봅니다. 오세요.
<데이즈드> 책을 들고 오시면 더 좋게, 더 따뜻하게 해드릴게요.

 

이겸
李兼
Guiom Lee

<데이즈드> 코리아 7월호 커버FASHIONNEWS

<데이즈드> 코리아 7월호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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