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 패션위크는 2007년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파리, 밀란, 뉴욕의 패션위크를 뒤쫓으려 하지 않는다. 전통이나 유행에 얽매이지 않고 고유한 가치와 개성으로 승부한다. 지속가능성, 젠더 인클루전, 장인정신, 그리고 성장. 독일 패션 재단FCG X Vogue Germany 프라이즈의 첫 우승자는 카시아 쿠차르스카Kasia Kucharska로, 3D 프린팅한 라텍스를 활용해 레이스를 재해석하며 혁신을 보여주었다. 베를린의 패션은 음악과 예술의 문화 속에서 자라났고, 세상을 향한 애정과 함께 뻗어나간다. 독일 정부는 이런 가능성을 보고 400만 유로를 투자했다.
발레쇼퍼Balletshofer는 일요일의 신성함을 곱씹으며, 모든 좌석에 베를린 일간지 과 협업한 신문을 놓아두었다. 윌리엄 팬William Fan은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10주년 쇼를 열고, 쇼가 끝난 후 관객들에게 콘서트를 선물했다. 하더럼프Haderlump는 기차 정비소에서 쇼를 열고, 중앙역과 쇼장 사이를 오가는 특별 열차를 운행했다. 모든 선택에는 의도가 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옷 자체보다 경험이었다. 베를린은 어떤 도시인가? 조용한 일요일, 신문을 읽는 도시. 기차를 타고 친구를 만나 극우주의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도시.
“우리는 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상에서 영감을 받아요. 점점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컬렉션에서는 외부에서 영감을 찾기보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며 위안을 얻고자 했죠. 우리가 이룬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가장 편안하게 우리 자신일 수 있는 쇼였어요.” GmbH의 벤저민 알렉산더 휴즈비Benjamin Alexander Huseby, 세르핫 이식Serhat Işik은 노동자였던 아버지를 떠올렸다. 슈트를 입은 노동자의 품격. 정교한 테일러링과 비극적으로 아름다운 오르간자 베일을 보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너무나도 솔직했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다. 역사적으로 패션은 민주적인 도구였고, 때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난 이 집단에 속해 있어. 넌 나를 오해했어. 네가 뭐라 하든 신경 안 써. 표현의 자유이자 주체적 의지의 표현.
미술사가 카를 셰플러Karl Scheffler는 말했다. “베를린은 영원히 ‘되어가는’ 도시이지 결코 ‘완성된’ 도시가 아니다.” 어쩌면 베를린은 깨어 있는 의식, 숨 쉬는 순간, 끝없이 펼쳐진 가능성에 대한 설렘, 그리고 살아 있는 느낌 그 자체다. 완성되지 않았고, 앞으로 결코 완성되지 않을 그런 도시.
Text 세라(Sarah, 최연경)
Art 잉걸(Ingur, 양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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