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파가 보내준 파리 10구의 카페 주소. 도발적이고 충격적인 영화로 악명 높은 그가, 햇살 속에서 왠지 달라 보였다. 카페에 들어서자, 주인이 “안녕, 가스파, 잘 지내?”라고 인사를 건넸다. 가스파는 피곤한 눈빛이지만 미소를 떤 채, “패션위크 파티가 길어서 잠을 까먹었네”라며 농담했다.

어제 생 로랑 쇼는 어땠나요.
긴장했는데, 쇼가 기대 이상으로 좋았어요. 로제도 보았고요.(웃음) 패션위크 보러 파리에 왔죠?

맞아요. 파리행 비행기에서 <소용돌이Vortex>(2021)를 봤어요. 단일 카메라로 시작하다가 점차 검은 선이 나타나면서 화면이 둘로 나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순간이 주인공의 정신이 다른 차원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죠.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알츠하이머를 앓으셨는데, 그 주제를 중심으로 한 심리적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장면 이후로 분할 화면은 두 사람의 점점 더 깊어지는 거리감을 묵묵히 드러내죠.
<소용돌이> 직전, <룩스 에테르나Lux Æterna>(2019)라는 52분짜리 영화를 만들었고, 이라는 생 로랑 패션 필름에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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