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즈 서울이 코앞이네요. 벌써 제3회를 맞아요.
그러게요. 처음 아시아에 랜딩할 때는 ‘프리즈’라는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조금 낮은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을 줄 몰랐어요. 한국의 패션이나 음악, 그 외 다방면 문화와의 시너지가 크게 난 것 같아요. 프리즈 런던이나 LA, 뉴욕은 기존 미술 신scene이 딱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아트와 다른 문화가 융합되는 모습이 덜하긴 했거든요. 근데 확실히 서울은 이제 세 번째인데 벌써 도시 페스티벌이 된 느낌이라 설레요.(웃음)
올해 VIP분들은 어떤 기대를 하고 있던가요.
지금부터는 정말 행사나 페어의 퀄리티도 너무 중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근데 타이밍이 딱 맞게 이번 프리즈 기간에 광주와 부산 비엔날레가 같이 열리거든요. 한주 동안 페어도 즐기고, 이런 학술적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하니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또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기대도 커요. 프리즈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젊고 유망한 작가들을 먼저 궁금해하는 VIP분들도 있고요.
작년 프리즈 서울 때 도시 전체가 들썩였던 게 기억나요.
맞아요. 홍콩의 바젤이나 아시아의 유명 아트 페어와 대비해 확실히 도시 자체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죠. 그리고 한남, 삼청, 청담, 이번에 새로 생기는 을지로까지 프리즈 아트 나이트 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지잖아요. 프리즈 런던을 가면 하루는 East End Night이고, 또 하루는 West End Night거든요. 페어는 그 정중앙에서 하고요. 그렇게 하루 하루 하이라이트를 주지 않으면 관광객 입장에서는 골목골목 찾아다니기가 힘들어요. 런던에서 그렇게 지도를 들고 제 나름대로 구석구석 둘러 본 게 너무 좋아서 프리즈 서울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서울이야말로 삼청동, 한남동, 강남의 색이 다 뚜렷하잖아요. 그래서 도시 전체를 좀 더 체계적으로 쓰려고 했던 게 큰 반향을 일으킨 것 같아 좋았어요.
3회 차이니 이쯤 되면 재방문율 같은 수치도 궁금하네요.
재방문율은 높은 편이에요. 특히 ‘아시아’ 하면 제1의 도시가 도쿄나 홍콩이었던 적이 있잖아요. 그게 보통 많은 이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혀 있다가 서울이 등장한거죠. 어떻게 프리즈가 도쿄나 홍콩이 아닌 서울로 가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지던 이들이 막상 서울에 도착해 보인 반응을 보면 서울을 마치 런던의 트렌디하고 힙한 바이브를 가진 아시아의 유일한 도시로 인식하더라고요. 서울에서 열리는 패션과 관련한 큰 행사들도 그런 이미지를 갖게 하는 데 한몫하는 것 같아요. 잠수교, 경복궁, DDP 같은 곳이 있고, 이제는 미식 문화도 좋은 이미지로 자리 잡은 듯해서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예요.
작년과 올해에 걸쳐 어마어마한 패션 행사도 많이 열렸죠.
그럼요.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들과 아트 행사가 같이 이뤄졌죠. 패션과 아트가 오버랩되는 영역이 큰 것 같아요.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관련한 작품이나 작가도 많고, 혹은 정말 아트 수준의 디자인을 보이는 브랜드들이 있으니까요. 이번에도 저희 파트너사인 샤넬을 비롯해 새로 생긴 까사 로에베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재미있는 전시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예전보다 더 깊이 있는 컨퍼런스도 예정되어 있고요.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피노 컬렉션이 한국에 들어와요. 특히 해외 VIP분들에게는 무척 솔깃한 소식 같더라고요. 확실히 느끼는 건, 서울이 메이저화되고 있다는 거예요.
패션지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메이저화’ 같은 말이 기분 좋게 들리기도 하지만, 이게 그저 트렌드에 그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와 의심도 듭니다. 모두가 ‘아트’를 외친다고 해서 다들 따라가는 게 아닌지.
저는 한국 사회가 점차 아트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미술이라는 건 무엇보다 내적 만족을 채워주는 건데, 이에 사람들이 하나둘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건 그만큼 삶과 라이프스타일에서 보다 질 좋은, 더 만족스러운 모습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말 같거든요. 그저 트렌드, 유행만이 아니고요. 그동안은 경제성장을 목표로 우리 모두가 움직였다면, 이제는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닐까.
화이트 큐브, 페이스, 페로탕 같은 해외 갤러리를 이제 한국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아트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긍정적으로 인식되고 있구나 체감하기도 합니다.
맞아요. 앞서 소개한 행사 말고도 해외 미술관에서도 이번에 행사를 열 거예요. 홍콩의 K11 Art Foundation이나 LA의 LACMA 등. 그렇다 보니 정말 전 세계 미술 시장에서 서울이 아트 허브가 되어가고 있나 보다, 싶어요. 패션도 마찬가지겠지만 시장에선 비즈니스가 굉장히 빨리 움직이잖아요. 이 시장에 가능성이있다고 느끼지 않으면 절대 생겨날 수 없어요. 가고시안, 타데우스 로팍, 화이트큐브 등 모두가 서울이라는 시장을 몇 년에 걸쳐 조사하고, 모두가 어떤 가능성을 보고 들어오고 있거든요. 반면에 해외 갤러리에서 한국 작가를 픽업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었어요. 런던의 타데우스 로팍에서 정희민 작가 작품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웃음)
한편 올해 프리즈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죠.
한국의 아트 시장 자체가 수직 상승하던 흐름과 함께 프리즈가 엄청난 관심을 얻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시장이 좀 침체된 상황이긴 합니다. 그래도 기대하는 건 이윤보다 가능성이에요. 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술관이 서울로, 한국으로 들어와요. 사실 작가들에겐 지금 당장 작품이 판매되는 일도 너무 중요하지만, 세계의 주요한 미술관으로 전시가 이어질 수 있는 연결 고리 역시 중요하거든요. 그런 전망은 또 좋은 것 같습니다. 작가들의 커리어 디벨롭 역시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아트페어든 큐레이션이든 관람객의 볼거리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서나 나오는 것 같아요. 권민주 총괄이사가 가장 애정하는 기획이나 섹션이 있다면요.
작년부터 새로 생긴 ‘아티스트 어워드’요. 제가 프리즈에서 일한 지 올해로 7년 차거든요. 2018년에 누군가 “민주야, 축하해! 이번 프리즈 런던에 한국 갤러리가 되게 많이 들어왔어”라고 해서 보니 국제갤러리와 갤러리 현대, 두 곳뿐이었어요. 싱가포르 타일러 프린트 인스티튜트(STPI)가 부스에서 서도호 작가 작품을 선보였는데, 동료는 세 곳이나 된다고 하면서 화들짝 놀라더라고요. 저는 기분이 좀 나빴죠. ‘한국에 훌륭한 갤러리가 얼마나 많은데, 언제나 우리 걸 다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이렇게 아티스트 어워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저희가 매년 한국 작가를 수상하고, 같이 커갈 수 있는 라인을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가요.
그저 한 사람의 미술 애호가로서 묻고 싶어요. 아트의 무엇에 감동받고, 이끌리고, 이렇게 움직이게 되었나요.
어떤 작품은 정말 그 앞에서 눈물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사실 그 작품이 다가 아니잖아요. 그 작품의 전사와, 작가의 삶 모든 게 함축적으로 제게 와닿을 때면 마치 도끼로 팍 찍는 것 같은 정도의 강렬함이 느껴져요. 어쨌든 저는 글로
벌 아트 신에서 일하지만 영어가 편한 외국인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간혹 ‘내가 평생 외국에서 살았더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같은 생각이 들거든요. 보이지 않지만 너무 많은 벽을 뛰어넘었어야 했고, 정말 오리배처럼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 굴러야 하는 상황에 많이 놓이게 되니까요. 그러다 보니 저는 요즘 좀 마이너리티한 작가들 작품을 공부하고 싶더라고요. 올해 프리즈 LA에서 개인적으로 구매한 작품 중에 크리스틴 선킴 작가의 작품이 있어요. 한국인이신데, 청각장애를 갖고 계시죠. 당연히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겠지요. 그런 사람이실질적으로 느끼는 답답함이 있을 텐데, 그걸 뛰어넘어 작품으로 승화시키기까지의 여정이 너무 기막혀요. 저는 비엔날레처럼 당장 사회 고발을 하거나 기후, 환경에 대해 말하는 예술도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나와 나 아닌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는 작품을 만들고 보여주는 것도 무척 큰일 같다고 생각해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진단하거나 담론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무척 순수하고 사사롭게 미술에 다가설 수 있는 자리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프리즈 가운데서는 서울에서만 40% 넘는 아시아 갤러리가 참여해요. 그런 특색이나 차별점을 만들려고 하고 있고, 모두가 아는 블루칩 마켓, 작가뿐 아니라 정말 젊은 작가분들에게 주목하려고 해요. 같이 성장해 가는 재미가 있거든요. 컬렉터와 작가 모두에게요. 그렇게 건강하게 함께 커가는 걸 지켜보고 싶어요.
아까 지나가듯 ‘오리배를 탔을 때처럼 발이 안 보일 정도로 움직였다’라고 했잖아요. 그 파동이 올해 드디어 크게 오는 것 같습니다.
프리즈 서울 랜딩 이후에 실제로 많은 미술관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어요. 올해 LA 해머 미술관에는 이승택 작가의 엄청 큰 작품이 전시되었고, 지난해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성능경 작가가 실제로 퍼포먼스를 했고요. 올해는 광주 비엔날레가 30주년을 맞이하고, 동시에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한국관이 생긴 지 딱 30년이 됐거든요. 베네치아에서는 걸어 다니면서 유영국, 이성자, 이승택, 이우환, 이백 같은 한국 작가 전시를 다 볼 수 있었어요. 이런 일이 올해 처음이에요. 프리즈 서울 이후에 열리는 이번 프리즈 런던에서는, 제가 프리즈에 근무할 동안 본 것중에 가장 많은 한국 작가가 전시를 해요. 그 주에 테이트 모던에서는 이미래 작가가, 헤이워드 갤러리에서는 양혜규 작가가, ICA에서는 정금형 작가가 역시 솔로쇼를 하고요. 저는 일하면서 전 세계 미술관에서 이렇게 한국 작가들의 전시를 볼수 있는 날이 올 줄 몰랐어요. 알게 모르게 다들 허들을 넘어서 개개인의 진주를 만들고 있었던 게 아닐는지. 그러다 프리즈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진주 목걸이처럼 꿰어진 게 아닐까요.
Text 소히(Sohee, 권소희)
Art 세라(Sarah, 최연경)
Discover more in <DAZED> KOREA SEPTEMBER 2024 ISS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