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브이넥 보디 톱은 발렌시아가(Balenciaga).


업사이클 테이블클로스 드레스와 뷔스티에 팬타 보디슈트, 블랙 컬러 르 시티 백은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화이트 컬러 셔츠와 커프드 미니 스커트, 글로시 레더 힐은 모두 웰던(We11done).


스퀘어 네크라인 화이트 탱크톱과 플리츠스커트는 웰던(We11done).


옐로 스위트 하트 브라렛과 난초 엠보싱 미디스커트, 글로시 레더 힐은 모두 웰던(We11done).


베이지 레더 포켓 드레스는 웰던(We11done).


롱 슬리브 란제리 맥시 드레스와 골드 링, 볼드 골드 링은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컷아웃 디테일 박시 재킷과 브이넥 보디 톱, A라인 맥시스커트, 뷔스티에 팬타 보디슈트, 실버 컬러 르 시티 백은 모두 발렌시아가(Balenciaga).


다시 만난 수주,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데이즈드>, 오랜만이에요. 잦은 출장 속 쌓이는 생활 스트레스에 몸이 위축되더라고요. 그래서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잘 지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래도 오늘은 참 편안하네요. 스스로 편하다고 느낀 촬영도 간만이고요. 아마 여러해 호흡을 맞춰온 <데이즈드>와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온, 사랑하는 포토그래퍼 김희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지은과 함께여서겠죠.

촬영 내내, 소박한 웃음기 어린 표정에서 편안함이 느껴졌어요.
밤 10시에 시작해 동 틀 무렵인 아침 5시에 촬영이 끝났어요. 늦은 밤이지만 자유롭고 유쾌하게 밤을 지새웠네요.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직접 틀어 촬영 스튜디오를 가득 채우기도 했고요.

스튜디오를 빈틈없이 메운 여러 트랙 중 곧 나올 수주의 신곡이 포함되어 있어요.
새로 공개할 총 다섯 개의 트랙 중 두 곡을 선곡해서 틀었어요. 그리고 남은 시간엔 제가 듣고 싶은 곡을 플레이했고요. 이번 새 앨범을 위해 다 같이 모인 현장이잖아요. 그래서 더욱이 제 음악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들에게 또 다른 영감으로 다가가겠죠.(웃음) 제 신곡에 올곧이 담긴 ‘릴랙스relax’의 내러티브를 화보에 그대로 투영하고자 했어요. 평소 패션 화보를 찍을 땐 늘 강하게 보이려고 하잖아요. 직설적인 형태의 표정과 포즈를 취하는 데 익숙하죠. 하지만 이번엔 평소와 전혀 다르게 모든 것에 힘을 풀었어요. 그래서 이 촬영이 더 특별해요.

힘을 주고 꽉 움켜쥐었던 모든 것을 내려놓았어요. 이번 앨범에 대해 더 말해 줄 수 있어요?
모든 곡에 자연스러움을 담았죠. 장르도 구별 짓지 않았고요. 연결성은 놓지 않은 채 IDM부터 팝까지 제가 좋아하는 다채로운 장르로 꽉 채워봤어요. 특히 영국 시인 존 키츠의 영향을 많이 받았죠. 존 키츠의 묘비에 “여기, 이름을 물 위에 새긴 사람이 잠들다”라고 새겨져 있는데, 영원함이 없다는 걸 내포하죠. 물은 어디론가 자연스레 흘러 떠내려가는 속성을 지녔잖아요.

2021년엔 햇님이었는데, 2024년엔 물이에요.
맞아요. 자연, 흐름, 물. 모두 요즘에 제가 곁에 두는 것들이에요. 아,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캐릭터 오필리아, 결국 물에 잠겨 생의 끝을 맞이하죠. 다수가 불행한 캐릭터라고 느낄 수 있지만 제 시선은 그렇지만은 않아요.

수주는 늘 양면적 시각으로 대상을 바라본다고 생각해요. 어때요.
양면성을 좋아해요.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죠. ‘햇님’이라는 곡에서는 햇빛과 그림자를, 이번엔 물의 온화함과 그 기저의 힘을 관찰했어요. 물은 흘러내리는 유동체의 속성을 띠고 있지만 거세죠. 강하고요.

물에 자아가 투영된 듯해요.
모델로서의 이미지는 강단 있고 카리스마 넘치지만, 전 사실 정반대의 사람이에요. 이번 음악 작업이 생각보다 적잖이 늦어졌죠. 엉키고 헷갈린 순간도 마주했고요. 답답한 마음에 친구를 붙잡아 봤어요. 친구가 되레 “음악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이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답했어요. “사람들을 안아주고 싶다. 그 마음뿐이다”라고요. 지금까지 무던히 달려왔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이뤘어요. 더 이상 성공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단, 수주라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리스너가 그저 안온해지길 바랄 뿐이죠.

수주의 음악은 항상 긍정형으로 귀결돼요. 마치 한 편의 아리아를 보듯, 마이크를 앞에 두고 움직이는 수주의 몸은 전향적이고요. 올해 3월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DJ 믹스, 플레이리스트도 공개했죠.
종국에는 모두가 사랑을 원하죠. 되돌려주고 싶을 뿐이에요.

경험했으니 돌려줄 수 있는 거겠죠. 그 과정에는 고충도 있었을 거예요.
분명 있어요. 음악 역시 여러 전문가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창작물이기에 조언을 피할 순 없어요. 시간을 거치며 계속 시도해 보는 거예요. 쉬어가고 싶다면 다른 곡으로 시선을 돌려보기도 하고, 때론 패션모델 일에만 집중해 보기도 하고요. 패션모델로서의 커리어에서 배운 인내심이 저를 굳건히 자리하게 한 것 같아요. ‘도 닦음’이랄까요. 이번 앨범의 첫 데모가 2022년 2월에 나왔으니, 오랜 시간 속에 곡을 묵혀둔 거죠. 걱정도 많았어요. 그래도 끝내 좋은 결과물이 나왔잖아요. 일련의 모든 과정에 인내력을 발휘한 순간이 켜켜이 쌓여 있어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것, 혹은 큰 뜻은 고집해 지켜내요.

새롭게 하고 싶은 것도 있겠죠.
최근에 모듈러 신스에 관심이 생겨 배우고 있어요.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있다면.
매순간 발견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아요. 나라는 정체성을 탐구하는 것도 영속적 습관처럼 남겨두고요. 일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것을 부단히 기록해요. 가사를 쓰기 위해선 책과 시집을 곁에 두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요.

수주는 어떤 작업을 하든 비하인드 스토리나 스스로의 감상을 확고히 하거나 새로이 발견하고 작업에 임해요.
패션 모델과 뮤지션, 두 직업 모두 제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연장선이죠. 런웨이의 순간은 지극히 짧기에 한 번에 모든 힘을 쏟아내요. 하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작업 메커니즘은 전혀 다르죠. 배우들이 연기를 공부할 때 캐릭터의 배경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익히잖아요. 이 방법론을 음악 만들 때 차용해요. 많은 요소를 미리 준비하고 나열한 후 배열하죠. 책의 한 챕터를 완성하듯요. 그래서 요즘은 음악을 할 때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이쯤 되니, 수주에게 음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느껴져요.
제게 음악은 마음의 약이죠.

음악을 매개로 상흔을 어루만지고 돌보는 건가요?
어린 시절부터 여러 상황을 겪어왔죠. 그 시절 형성됐던 애착의 음악이 때로 데자뷔처럼 다가와 뇌리를 스치는 거죠. 그 감정을 회상하는 일순간, 치유를 경험해요.

음악과 으레 함께하는 사람에게 플레이리스트는 곧 일기장과 같죠. 셀 수 없이 나열된 트랙들을 스크롤 다운하다 보면 시기별 감정선이 고스란히 드러나요. 힘에 부칠 때 형성한 트랙들이 우연히 재생될 때, 기억되는 고초가 옅어진다고 느끼면 건승의 신호로 받아들여요. 문득, 수주의 최근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졌어요.
작년에 친구들과 줄곧 카일리 미노그의 음악을 들었어요. 올해 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그의 콘서트에 다녀오기도 했죠. 그래도 넘버원을 꼽자면, 하라카미 레이요. 1970년대 일렉트로니카, IDM 장르의 뮤지션이죠. 동시대 전자음악 아티스트 중 가장 아름다워요. 음의 순열, 비트와 코드의 나열이 흥미롭고요.

<데이즈드>만을 위해 한 곡을 선곡하자면요.
완연한 5월의 봄을 담은, 스티브 라이히Steve Reich의 ‘Music for a Large Ensemble’요. 봄은 탄생의 의미를 내포해요. 우리는 매 순간 재탄생하듯 함께 성장했으니까요. 봄처럼요.

Creative Director & Stylist Gee Eun
Director Choi Jiwoong
Editor Keem Hyobeen, Han Jiyong
Text Park Soeun
Photography Kim Heejune
Art Lee Sanghyeon
Hair Lee Hyunwoo
Makeup Lee Young
Nail Park Eunkyung at Unistella
Set Lee Nakyung
Assistant Han Minw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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