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자신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 스티븐 마Steven Ma의 시발점이 궁금하다.
2016년 대학생 시절, ‘왜 인상적인 새로운 브랜드는 없을까’ 의문이 생겼다. 이 질문을 곱씹은 끝에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럭셔리 하우스 브랜드가 장악한 패션 시장에서 신인 디자이너가 새롭고 재미있는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신인 디자이너, 신생 브랜드, 대중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면 대형 브랜드가 주도하는 패션계의 질서에 저항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항이란 단어가 유독 선명하게 들린다.
그렇다. 나는 저항 정신이 강하다. 부당한 대우를 싫어한다. 또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모두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 교회 가는 걸 거부하거나, 성경 공부하는 걸 거부했다는 이유로 문제아로 낙인찍혔다. 학교의 신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받지 못한 것이다. 나의 저항 정신은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멜버른, 유타, 뉴저지, 테네시 등 다양한 지역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이러한 경험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 다양한 지역에 살았던 경험을 통해 세상을 넓게 보는 법을 알았다.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가치가 존재하는지 깨달았다. 문화, 인종, 국가와 상관없이 내 안의 가치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국 브랜드의 정체성은 디자이너의 생각과 삶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맞다. 디자인 콘셉트는 디자이너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창조되고, 디자이너가 겪은 감정, 마주하는 사물과 사람, 경험한 문화가 점철되어 브랜드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스티븐 마는 최근 슈즈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평소 동시다발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신발, 액세서리, 의류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걷잡을 수 없이 솟구친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한 가지에 집중하고 싶었고, 슈즈를 먼저 선택했을 뿐이다.

부드러운 가죽, 기하학적 디테일의 힐, 각진 앞코 등 스티븐 마의 신발에는 강렬한 포인트가 있다. 특히 다채로운 광석을 접목한 디자인은 어색하지 않고 우아하다. 디자인은 어떻게 창작했는가.
커스터마이징, 특별 제작한 몰드, 레이스, 크리스털을 비롯한 다양한 광석 등 새로운 요소를 접목해 디자인한다. 다양한 광석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광석마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스티븐 마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전부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싶었고, 슈즈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신경 쓰는 지점은 무엇인가.
럭셔리 브랜드들 틈에서 떠오르는 신인 디자이너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를 많이 녹여낸다. 2019년도에는 시각적 디자인 요소에 크게 신경 썼지만, 지금은 기능적이고 편안한 것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또한 몇 시즌 동안 브랜드 쇼룸에서 일한 경험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상업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걸 느꼈다.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업 요소, 브랜드의 수익 창출 등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기 위한 단편영화 을 런던 쇼디치의 클 로즈업 시네마에서 2월 17일에 공개했다. 왜 하필 영화였나.
영화를 표현 수단으로 활용한 계기는 신발 외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생긴 비하인드 스토리, 새로이 받은 영감을 영화라는 장르라면 더욱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한 정보량이 압도적인 SNS 공간에서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이미지만 보여주면 피드백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영화 <킬 빌>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인 신발은 <킬빌>에 헌정하는 의미로 만들었다. 여주인공 우마 서먼이 착용한 노란색 오니츠카타이거 스니커즈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구두, ‘고고 유바리’라는 캐릭터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베이비 핑크와 실버 컬러의 구두 등은 모두 등장인물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그리고 이번 컬렉션에서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성별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강하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청소년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다. 고고 유바리는 고등학생이지만 숙련된 암살자다. 성격이 강한 캐릭터지만 여전히 어리고, 여리다. 고등학생 때 겪은 경험들이 개인성과 정신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말하고 싶었다. 이런 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단편영화를 제작했다고 볼 수도 있다. 영화는 스티븐 마 인스타그램 계정과 웹사이트에 다양한 방식으로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현장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극장에 찾아온 사람들이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과 극장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이때 발견한 건 모든 사람이 영화와 자기 자신을 서로 연결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화 전반에 깔린 대중문화, 고등학생이 겪는 정신 건강, 개인성 등 밝고 어두운 부분까지도 교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은 규모의 공간이었지만 어두운 극장 안에서 8분을 아무 말도 없이 함께 있었다는 건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무엇에서 영감을 받는가. 창작을 어린아이처럼 즐기면서 하는가 혹은 명작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하는가.
초기에는 창작이 쉽지 않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믿음을 주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원동력이 되어 창작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는 변화가 찾아왔다. 어머니가 내 마음속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디자이너로서 삶을 계속해 나가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 새로운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우정 어린 친구들과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큰 힘을 받는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아시아 국가들은 문화적으로 나무보다는 숲을 보고, 가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간혹 가족은 당신이 무엇을 할지 정해주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스스로 정체성을 찾기 어렵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걸 명심하면 좋겠다.

스크리너를 통해 영화를 관람할 있었다. 영화가 끝난 이후에는? 나도 모르게 부츠를 사려고 스티븐 마와 머신에이 웹사이트에 접속해 있더라. 이렇게 매력이 넘치는 브랜드 스티븐 마가 추구하는 비전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싶다. 먼저 많은 도움을 준 스타브로스 카렐리스(머신-에이 창립자), 씨엘 등주변 지인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성장해 나가는 브랜드로서 디자인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다방면으로 성공하고 싶고, 패션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협업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 않을까.

 

Text Marco Kim
Art Kim Se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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