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 인간의 기준은 뭘까. 르메르를 이끄는 크리스토프 르메르Christophe Lemaire와 사라 린 트란 Sarah-Linh Tran은 고요하고도 시적인 옷차림으로 사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르메르에 여백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입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빈 틈을 ‘나다움’으로 채우고 진정한 자아를 찾으라고 북돋운다. 꼭 숨통이 트인 기분이다. 개인의 역사와 서사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이 르메르의 인류애이자 철학이다.


시적인 디자인 언어, 평온함의 미학, 단순함의 정수를 고집하는 르메르는 동양의 미적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르메르의 중심엔 뭐가 있나.
크리스토프 르메르가 흥미로운 이유는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 아닐까. 사회적 지위를 자랑하는 럭셔리는 절대 아니다. 입었을 때 편안하게 느끼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입고 있는 의상과 상호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사라 린 인생의 매 순간과 일상에 대한 특별함을 제시하는 게 우리의 방향성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향유하는 우정,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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