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 현실과 패션, 랄프 로렌의 신세계
증강 현실 세계에 펼쳐진 패션 마케팅 열풍. 랄프 로렌은 제페토라는 가상 현실의 문을 열었고, 패션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디지털 월드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걸까? 가상 화폐 물론 가상 인플루언서까지 등장했고, 이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 너머로 보는 세상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패션계도 마찬가지다. 3D 그래픽을 앞세운 화보나 온라인을 통해 컬렉션을 발표하는 등, 온라인과 가상, 증강 현실을 활용하는 것 또한 새로운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 예로 버추얼 마케팅이 화제다. 메타버스 융합이 4차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패션 업계도 이를 활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가상 인플루언서 마케팅, 게임과의 협업 등, 가상 인플루언서를 육성하거나, 캐릭터를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식이다.
그중 증강현실 아바타 플랫폼 앱이자,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성과가 눈부시다. 제페토는 2018년 8월 출시됐다. AR 콘텐츠와 게임, SNS 기능을 모두 담고 있어 특히 10대를 비롯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2억 명 이상의 이용자를 보유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호령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보다 진화한 개념으로, 앱에서 아바타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용자와 똑 닮은 3D 아바타를 만들 수 있고, AR 기술을 통해 실제 사진이나 가상 배경에 합성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제페토 앱에서 카메라를 켜고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면 사용자와 닮은 캐릭터를 만들 수 있고, 표정은 물론 패션까지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다. 이 점을 유수의 패션 브랜드들이 파고들었다. 다양한 패션 및 뷰티 브랜드가 제페토와 헙업하며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증강 현실 플랫폼과 패션 브랜드의 협업은 대면하거나, 방문해 직접 경험이 어려운 시기에 브랜드와 제품을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가장 동시대적이고, 미래적인 마케팅이다.
그런 면에서 랄프 로렌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8월 25일, 글로벌 소셜 네트워킹 앱인 제페토(Zepeto)와 협업 프로젝트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앱을 통해 최초 공개한 새로운 랄프 로렌 제품은 물론, 이 아이템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아바타의 의상을 꾸밀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게다가 뉴욕 매디슨 애비뉴 플래그십 스토어, 랄프스 커피, 센트럴 파크 등 랄프 로렌의 상징과 정신 그리고 에너지까지 느낄 수 있는 디지털 인터렉티브 공간까지 갖춰 더욱 주목할 만하다.
랄프 로렌의 이번 프로젝트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첫 번째 협업으로, 제페토와 파트너쉽을 맺어 미래의 디지털 패션과 디지털 아바타의 활용 방식을 재정의한다. 제페토 아바타가 입는 가상 컬렉션을 통해 실제 랄프 로렌의 함량 높은 의류까지 떠올리게 해, 미래적이고, 선구적인 마케팅 수단이 됐다. 제페토 앱에서 이용자는 제페토 아바타의 옷장을 랄프 로렌의 옷장으로 꾸밀 수 있으며, 젠더 뉴트럴한 캡슐 컬렉션과 함께 열두 가지 유니크한 랄프 로렌만의 룩을 선택할 수 있다. 남성복은 마드라스 블레이저, 폴로 스포츠, 클래식 폴로 등 동시대적인 룩부터 클래식한 랄프 로렌의 스타일까지 아우른다. 여성복 또한 마찬가지다. 꽃무늬 A라인 원피스부터 크리켓 스웨터, ‘Polo Sport with Classic Polo’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갖췄다. 하나의 가상 옷장에 100가지가 넘는 스타일링을 랄프 로렌만의 스타일로 채울 수 있다는 건 대면하기 어려운 현시대에 걸맞는 최선이자, 최대의 패션 마케팅이 아닐까.
랄프 로렌과 제페토의 협업은 옷이 전부가 아니다. 랄프 로렌의 상징과도 같은 뉴욕을 경험하게 돕는다. 그 유명한 랄프 로렌 맨션 안에는 여성 쇼룸과 남성 쇼룸, 랄프 커피와 발코니 등, 사진으로만 볼 수 있던 장소를 재현했다. 게다가 창립 50주년 기념 패션쇼를 개최한 뉴욕 센트럴 파크도 생생히 구현했으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브루클린 브리지를 비롯한 뉴욕 스카이라인까지 겸비했다. 이용자는 이 모든 랄프 로렌다운 장소를 누비고, 다른 이용자와 어울리며, ‘셀카’를 찍는 등, 현실에서는 어려운, 해외 정취를 맘껏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제페토와의 협업의 명분은 더욱 선명해진다.
“랄프 로렌과 제페토의 새로운 파트너십은 차세대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가상 세계에서의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우리의 믿음을 실현한 것입니다. 랄프 로렌은 지금껏 새로운 환경을 잘 받아들여 왔고, 새롭게 떠오르는 이 분야에서 한 발자국 더 영역을 넓히게 되어 기쁩니다. 우리의 제품을 디지털 세상에서 구입하고 착용하며 소비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차세대 혁신입니다.” 랄프 로렌 최고 디지털 책임자인 앨리스 델라헌트(Alice Delahunt)가 이번 제페토와의 협업에 대해 설명했다. 명망 높은 미국 패션 브랜드의 전통성은 물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마음을 활짝 열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말이었다.
패션의 사전적 정의는 유행 혹은 인기다. 패션은 언제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며, 일상적이기도 한 동시대 예술 장르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발맞춰 알맞은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 또한 패션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제페토를 비롯한 증강 현실 플랫폼은 현시대가 대면한 시류이고, 어쩌면 다가올 미래의 패션 마케팅일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랄프 로렌을 비롯한 패션계의 제페토를 비롯한 증강 현실 플랫폼 활용은 혁신이 아닐까. 패션계에도 가상 현실의 문이 열렸고,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