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발렌티노에서 한국 예술 작가와 협력해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번 ‘발렌티노 콜레지오네 밀라노’ 컬렉션 광고 캠페인을 위해, 발렌티노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다섯 명의 화가와 협업했다. 각 화가는 발렌티노 가라바니의 액세서리를 하나씩 선택하여 자유로운 방식으로 원하는 작품을 창작해냈다. 프로젝트에는 전 세계 아트 신에서 떠오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화가들이 함께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김나훔(Nahum Kim)’ 작가가 참여하여 발렌티노 가라바니 로만 스터드 탑 핸들백을 주제로 작품 세계에 비현실적인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냈다.






발렌티노와 강릉의 김나훔
‘발렌티노 콜레지오네 밀라노’ 시즌 컬렉션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다섯 명의 라이징 아티스트가 모였다. 그중 한국의 김나훔 작가는 ‘로만 스터드’ 탑 핸들 백을 테마로 비현실적인 세상과 한 소녀를 창조했다. 글로벌 패션하우스 메종 발렌티노가 선택한 김나훔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데이즈드>와의 인터뷰 직후 강릉에 정착한 그에게 산과 바다, 하늘은 무한한 영감이 된다. 나훔은 여전히, 그림으로 위로를 한다.
Text Lee Hyunjun

<데이즈드> 아트 인터뷰를 통해 닿은 인연으로 나훔 작가와 발렌티노가 만나는 데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작년 데이즈드와의 인터뷰는 내게도 무척 인상적이고 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당시 개인전이 끝나고 봄 무렵에 결혼했다. 디자이너인 아내와 함께 강릉에 정착했다. 우리 부부는 강릉 교동 언저리 2층에 조그마한 갤러리 겸 샵을 만들었다. 우리만의 공간이 있으니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생겨 매우 즐거운 요즘이다.
발렌티노의 아트 캠페인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참여하게 됐다. 어떻게 된 일인가.
데이즈드와의 인터뷰를 했던 작년처럼 이번에도 사실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음’, ‘트랜드’, ‘패션’ 같은 키워드들과 나 사이의 접점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또 한 번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놀랐다. 심지어 한국 작가는 나 한 사람이라니 어안이 벙벙했다. 물론 모든 상황을 파악한 뒤에는 무척 기뻤고 새로운 시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 세계의 작가들이 각자 하나의 컬렉션 액세서리를 선택, 자신만의 느낌으로 발렌티노의 제품을 해석했다. 나훔 작가는 ‘로만 스터드 탑 핸들’을 선택했다.
도심과 자연 어느 곳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가방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중에서도 검정 로만 스터드 백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에 관해 설명을 부탁한다. 우주를 배경으로, 스터드 백을 멘 소녀가 그네를 타고 있다.
그림의 배경으로 여러 가지를 떠올리다가 별이 빛나는 우주의 풍경을 그림의 주제로 정하게 됐다.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지닌 신비로움과 단아한 매력이 가방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과 도심이 아닌, 차라리 현실을 벗어난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만 같은 로만 스터드 백의 매력을 담았다.
이번 작품을 그리며 가장 염두에 뒀던 점이 있다면.
나다운 방식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색다른 느낌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 3~4주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작업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2~3주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다. 늘 작업 방향을 먼저 정하고 착수를 하는 순간부터는 몰입해 빠르게 작업을 한다. 방향을 설정하기까지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두운 우주 공간에서 반짝이는 별과 그 가운데 로만 스터드 백과 스터드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를 바랐다. 너무 부각되어서도 묻혀서도 안 되었기 때문에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우주의 차분함 속에서 역동적인 그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림을 보면서 어쩐지 ‘나훔’, 그러니까 알 수 없는 위로를 받는다. 그림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나.
코로나 시대로 인해 모두가 외출을 자제하고 집 안에서 답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과도한 업무나 빠른 세상의 속도에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유일한 탈출구였던 여행마저 막혀버렸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현실을 떠난 무한한 세계에 대한 희망과 바람을 그리는 것이 아닐까 했다. ‘우주’는 우리가 모두 실존한다는 것을 알지만, 각자가 나름의 상상과 이야기를 덧붙일 수 있는 재밌는 소재라고 예전부터 생각해왔다.
발렌티노라는 아이덴티티와 김나훔 작가. 그리고 대한민국 강릉. 이 모든 걸 함께 떠올리자면 큰 접점은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래서 더 오묘한 결과물이 탄생한 협업이 된 것 같다. 나훔 작가와 발렌티노와의 ‘교집합’이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
발렌티노와 나는 ‘나 다움’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 언제든 나와 다른 무언가와의 조화, 접목에 대한 가능성에 열려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표면상 접점이 전혀 없어 보인다는 그 사실이 더 즐겁다. 그렇게 여겨지는 것들이 서로 연결되며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할 때의 희열이 있다. 처음엔 낯섦과 오묘함이 다가오지만 그 이후엔 고개를 끄덕이는 수긍의 순간이 온다. 본질적으로 내가 추구하는 ‘예술’도 그 희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패션과 아트의 결탁은 새롭지 않지만, 2021년에는 정말이지 스펙터클하다. 나훔 작가처럼 멋진 한국의 아티스트를 발렌티노라는 이탈리아의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가 알아봤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다. 다양한 커머셜 협업을 했지만, 패션 하우스와의 협업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경험이었는지 듣고 싶다.
강릉에서 지낸 지 2년이 되어간다. 이곳의 자연과 여유는 내게 큰 영감과 에너지를 준다. 지인들은 편한 서울을 떠나 굳이 떠나가 살 필요가 있냐고 물었지만 내 마음은 언제나 더 크고 자유로운 세상을 원하고 있었다. 그건 내 안의 세계이기도 하고 어쩌면 지구 반대편의 어느 낯선 나라이기도 했다. 안주하지 않고 모험하는 것은 퇴보하지 않기 위해 나만의 활시위를 당기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이 가로막힌 코로나 시대에 이처럼 다양한 아티스트와 나란히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 발렌티노가 나에게 이런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간 것만 같다.
끝으로 올해에는 나훔 작가에게 어떤 일들이 계획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전례 없던 역병의 시대, 거의 모든 예술 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 전시도 취소되고 많은 부분에서 박탈감을 느꼈던 작년이지만, 반대로 ‘비대면’ 방식이기에 가능한 예술 활동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출판, 온라인 전시, NFT아트 등이 그것이다. 축적된 그림들은 언제든 상황이 개선되면 어떤 경로로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소개할 수 있으니 나는 지금처럼 강릉이라는 환경이 주는 혜택을 자양분 삼아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에 집중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