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하는 놀라움이 이른 아침 나를 먼저 깨웠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런던 패션위크 쇼의 우승자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뭐가 됐든 결국 학생들의 졸업 작품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나는 곧 유명해질 패션 디자이너의 첫 패션 쇼여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답하고 싶다. 알렉산더 맥퀸, 피비 파일로, 리카르도 티시도 모두 센트럴 세인트 마틴 쇼를 통해 데뷔했다.
뭐? 하고 내가 두 번째 놀란 이유. 센트럴 세인트 마틴 역사상 전무후무한 두 번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우승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바로 허금연. 그녀는 2017년에 이어 2019년 다시 한번 우승하면서 당당히 디자이너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맞다. 그녀가 한국인이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속 깊이 영원 할 이름, Goom Heo와 네모난 전자 기기의 프레임 안에서 인터뷰를 시도했다.


축하드려요!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죠. 센트럴 세인트 마틴 역사상 유례없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한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미쳤다’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났어요. 교수님이 백스테이지에서 제 손을 잡더니 기대해도 좋다고 넌지시 말씀 해주시자마자 굉장히 놀란 기억이 나요.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머릿속이 잠시 멍해졌어요. 마치 영화처럼요.(웃음) 솔직히 이번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아직도 꿈꾸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쇼가 끝나고 감격스러운 저녁을 보냈겠죠?
당연히 놀러 나갔죠! 친구들과 애프터 파티가 열린 학교 식당으로 곧장 뛰어갔어요. 아침 8시까지 모두 미친 듯이 놀았어요.
그다음 날 일어나 보니 어떤 기분이 들던가요? 저는 제 일이 아닌데도 묵직한 감동을 느꼈거든요.
사실 쇼 끝나고 휴대폰도 제대로 안 봤어요. 놀기 바빴죠.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메시지가 엄청 와 있더라고요. 그때 처음 ‘이게 꿈이 아니구나’ 느꼈어요.
이번 쇼의 심사위원인 Machine-A 창립자 스트라브 로스 카렐리스Stravros Karelis는 디자이너의 역량은 이제 좋은 옷을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며 색다른 미래 비전을 그들만의 오리지널한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기를 원한다고 답했죠.
저도 예쁜 옷을 예쁘게 입는다는 편견을 넘어, 우리가 좀 더 새로운 방식의 미래적인 패션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는데 동의해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가 제 작업에서 남들과 다른 비전을 본 것 같아요.
남들과 다른 Goom Heo만의 비전이 뭐라고 생각해요?
맨즈웨어의 파격, 그리고 소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옷요. 물론 아직까진 제 옷을 입고 예쁜 모습으로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힘들 수 있다는건 알아요.그래도 쇼를 통해 제 옷을 모델에게 입히는 순간, 매번 어떤 순간을 꿈꿔요. 가까운 미래에 평범한 직장이나 길거리 등에서 제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마주치기를요. 제 컬렉션에 대한 신념이기도 하죠.

아무래도 요즘은 디지털의 발달로 전 세계 트렌트를 자그마한 스크린으로 빠르게 접할 수 있고, 파격적인 것이 쉽사리 트렌드가 되기도 하죠. 사실 뭐가 예쁘고 뭐가 예쁘지 않은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인 것 같기도 해요. 용기있는 자가 용기가 필요한 옷을 입고 이것이 옳다고 말하는 순간 세계적인 트렌드를 섭렵한달까. 요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오늘, 내일, 내일모레 뭐가 새롭고 다른지 경쟁하 듯 빠르게 변하잖아요. 많은 것이 오늘 생겼다 사라지고, 작업물을 올리면 ‘좋아요’ 수로 몇 분 이내에 평가받는 시대예요. 그래서 더 빠르게 더 좋은걸 찍어내려고 하죠. 그래도 저는 트렌드의 오리지낼러티가 없다면, 그건 소위 말해 속 빈 강정 같거든요. 몇 년 후를 내다볼 때, 그 안에 아무 의미가 없다면 사람들 머릿속에서 빠르게 잊힐 거예요. 그리고 머나먼 미래에 사람들이 저를 떠올리며 저만의 세계를 오랫동안 기억해주길 바라고요.
금연 씨만의 특별한 세계가 뭔지 듣고 싶어요.
제 컬렉션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건 확실해요. 자신 있고, 소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옷. Goom Heo를 입은 사람들이 눈총을 받든 손가락질을 받든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제 옷을 입었을 때 자신을 더욱 당당하게 느꼈으면 해요. 제 컬렉션으로 그들의 자신감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어요. 네가 무엇을 입든 괜찮다고요.
…
이번 컬렉션을 처음 봤을 때 사실 ‘여자가 입어도 예쁘겠다’ 싶더라고요.
맞아요. 제 옷은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입는 사람에 따라 그만의 고유한 정체성이 생기길 바라요. 개인적으로 제 옷이 어떤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것이 좀 두렵기도 해요. 결과적으로 제 옷은 남성복 쇼를 통해 선보이지만, 옷을 만들때 남자를 위한 옷, 여자를 위한 옷을 규정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모두를 위한 옷이죠.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라는 건가요?
음, 굳이 단어로 말해야 한다면요. 개인적으로 젠더 플루이드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해요. 그보다 단어에 얽매이지 않고 제 옷을 원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옷이라고 할까요. 제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즐겼으면 하고요.
사람에 대해 집중하겠다는 태도가 와 닿아요. 갑자기 금연씨 옷 사이즈도 S,M,L로 구분하지 않으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들어 블레어, 찰리, 에이든 이런 식으로 중성적인 이름으로 사이즈를 구분하는 거죠.
사이즈도 단어로 구분하지 않는 게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제 옷을 통해 경계를 허무는거죠.
…
첫 컬렉션 이후 해외 바이어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는 사실이 디자이너로서 잘하고 있다는 걸 방증하죠. 결국 옷은 누군가 사 입어야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첫 컬렉션 이후 익스클루시브로 제 옷을 팔아본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상업적인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어요. 저는 지금 막 시작한 햇병아리 디자이너잖아요. 하지만 몇 년 후 디자이너로서 심층적으로 커리어를 쌓는다면 옷을 판다는 것에 깊이 고민해볼 것 같아요. 추후에 돈의 가치를 우선순위로 두기보다 먼저 좋은 플랫폼에서 제 옷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듯해요. 그리고 그 플랫폼이 제 옷의 성격과 얼마나 잘 맞는지에 대해 살펴 보고 선택해야죠. 어쩌면 디자이너의 옷이 어디서 판매 되느냐도 디자이너의 생각을 보여주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인터뷰의 끝이네요. ‘이상한 나라의 Goom Heo’라고 해도 될까요?
그럼에도 그 이상한 나라에선 아무것도 이상할 것이 없는 우리의 나라.
Editor Min Seon Kim
Film Da Eun Hong, In Yoon
Music Namu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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