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의 사이가 이제 거의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징후는 무엇일까. 그것을 누구에게 물어봐야 속시원히 답해줄 수 있을까. 하물며 그 답을얻는다 한 들 그렇다고‘안녕, 잘 가’하고 쉽게 헤어질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체질적으로 멀티태스킹에 재능이 없다. 문어발이 없다는 것은 조 울증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이 요망한 시절에는 커다란 장애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장애를 극복할 길이 없다. 손바닥에 놓일 만한 수첩을 장만하고 해야 할 일을 빼곡히 메모하지만 나는 언제나 한 가지만 생각하고 한 가지도 끝내지 못 한 채 새벽녘에 안절부절한다. 지금이 그때다. 그런데도 내일, 해야 할 일이 자꾸 떠오르지 않는다.

글을 쓰려고 자리 잡은 컴퓨터 앞에서 괜한 허튼짓만 일삼는다. 하릴없이 사이트를 돌아다니거나 몇 번 컴퓨터를 껐다 켜기를 반복하면서 유튜브와 스포티파이를 기웃거린다. 그러다 벌떡 일어서서 커피를 끓여 마시고 거울 앞에 서 홀딱 벗고 춤 비슷한 뭐 그런 걸 좀 하다가 세탁기를 돌리고 걸레를 빨아 눈에 띄는 얼룩을 닦고 다시 컴퓨터를 쳐다본다.

그러다가,

결국 방콕에 가고 싶다. 여기보다 두 시간 느린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실롬의 야릇한 골목 어느 클럽에서 하얀 삼각 팬 티만 입고 무성의하게 몸을 흔들던 태국 시골 출신 아니면 미얀마에서 온, 세상모르게 잘 웃던 그 남자 애들은 오늘 밤 팁을 괜찮게 받았으려나. 호크니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그의 그림 표제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그와 함께 잔 그의 애인들 이름이란 걸 고통스럽게 통보받는다. 그것은 아마 푸코에 관한 모든 열광적인 전기나 소문들에서도 역시 듣는 이야기이다.

아무튼, 짜오프라야 강변에 서 있는 늙은 호텔 밀레니엄 힐튼의 31층 바 ‘스리식스티’에서 바라본 노을을 다시 봐야만 하겠다. 방콕은 아직 더운 겨울이 니까. 방콕엘 가야겠다.

또 2월에는 설날이 있던가. 왜 그런 명절은 내게 꼭 시한폭탄 같을까. 고아도 아닌 주제에 고아 같은 기분으로 살았던 이들은 다들 그런 기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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