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Yu Ra Oh
Text Ji Woong Choi
Photography Young Min Kim
Hair & Makeup Su Il Jang


프린트 티셔츠는 지방시 by 리카르도 티씨(Givenchy by Riccardo Tisci), 팬츠는 홀랜드의 것.

재킷은 홀랜드의 것, 앤디 워홀의 키스 캡슐라인 티셔츠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에이프런처럼 연출 가능한 티셔츠와 소매에 걸친 후드 톱은 라프 시몬스 by 분더샵(Raf Simons by BOONTHESHOP), 팬츠는 홀랜드의 것, 앞코가 뾰족한 로퍼는 생 로랑 by 에디 슬리만(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하와이안 무늬 실크 셔츠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팬츠와 첼시 부츠는 모두 홀랜드의 것.

재킷과 팬츠는 홀랜드의 것, 앤디 워홀의 작품 ‘Kiss’를 프린트한 티셔츠는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Calvin Klein Underwear).
토요일인데 하루 종일 비가 오네요.
저는 비를 반가워하지 않는 편이에요. 추적추적 내리는 거 보면서 감상에 젖는 일엔 감흥이 없죠. 우산도 챙겨야 하고 옷도 젖잖아요.
뮤지션 홀랜드의 이름으로 첫 화보 촬영이죠?
처음이니까 잘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전혀 알 수 없더라고요. 촬영 진행될수록 욕심이 났어요.
재미는 있었어요?
처음이라 기준이 없긴 한데 좋았어요.(웃음) 마지막에 상의 탈의 한 건 좀 부끄러웠지만요.
사람들은 커밍아웃 뮤지션이라는 점을 먼저 이야기하겠죠.
상관없어요. 불편하거나 뭐 그런 거 없어요. 오히려 우리 사회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때까지 저를 좀 더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다만 게이인데 노래도 하는 게 아니라 노래를 하는데 게이일 뿐이라는 인식을 만들어가고 싶죠.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라 믿어요.
어떤 사람은 이렇게 물을 수 있죠. 왜 굳이 커밍아웃을 해야 했냐고요.
저는 게이거든요. 남자를 사랑해요. 근데 한국에서 생산되는 영화나 대중가요는 모두 이성애를 전제로 해요. 저는 솔직한 제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암묵적으로든 뭐든 게이인 제가 이성애를 전제로 한 노래를 부르는 건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음악적인 이유가 크다는 건가요?
개인적인 이유도 크죠. 저는 청소년 시절 가장 친한 친구에게 성 지향성을 밝힌 적이 있어요. 그러고는 많은 차별과 폭력, 불이익을 당했거든요. 증명해 보이고 싶은 욕심도 분명히 있었죠. 내가 커밍아웃을 해도 많은 사람은 나를 응원해줄 거다. 그때 당신들이 내게 저지른 행동은 분명한 범죄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걸요.
상처라는 말로는 모자란, 말 그대로 사건이네요. 그런 일을 겪으면 벽장 속으로 들어가요. 다시 나오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힘들긴 해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상처를 다시 들추는 거니까요. 근데 의연하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반복해서요. 성희롱이었죠.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로 끌려갔고요. 다양한 폭력이 난무했어요. 제가 이렇게 선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떳떳하기 때문이에요. 확신이 있으니까요. 어쩌면 악에 바쳤을지도 모르죠.(웃음) 제 본명이 고태섭이거든요. 지금의 고태섭은 그때보다 훨씬 단단해졌어요.
화가 나는 게 뭔지 알아요? 표면적으로는 소수자의 인권이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조금만 들어가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별로 없다는 거예요.
맞아요. 잘 아시네요. 아직도 제가 받은 상처나 차별을 똑같이 받고 있는 사람이 많거든요. 그들에게 제 용기가 위로가 된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떤 유명인이 동성애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을 때 크게 위로받았어요. 저도 그렇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가수가 되기로 했군요. 노래나 뮤직비디오가 좀 유난스럽다 싶게 밝고 따뜻한 이유를 짐작했어요.
제가 원래 좀 밝은 편이에요. 낯도 안 가리고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노래나 뮤직비디오도 의식적으로 밝고 화사하게 만들었어요.
유튜브에 올린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엄청나죠. 동성과의 키스 장면이 선명하게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는 한국에서 거의 처음인 거 같아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난이 따르고요.
네, 당연히 알고 있죠.(웃음) 그런 걸 이슈로 만들어서 홍보에 이용한다는 비판은 너무 많이 듣죠. 근데 제가 그거 때문에 떴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되묻고 싶죠. “도대체 언제까지 그러실 거죠?”라고요.
가수 홀랜드 말고 고태섭이라는 개인은 어때요?
원래 자존감이 낮았는데요, 커밍아웃하고 굉장히 높아졌어요. 그냥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그게 속 편하더라고요.(웃음) 제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아요.
사랑에 빠지면 어때요?
저는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거든요. 좋아하면 바로 말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커밍아웃하지 않았다면 아마 답답해서 못 살았을지도 몰라요.(웃음)
해외 팬들의 반응이 특히 뜨겁죠. 영국판에서 진행하는 ‘DAZED 100’에도 선정됐고요.
사실 처음에는 를 몰랐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거든요. 좀 지난 다음에 전 세계 사람이 찾아보는 유명한 잡지라는 걸 알았죠. 영광이죠.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요. 덕분에 이렇게 코리아와 작업할 수 있게 됐잖아요.(웃음)
그들은 왜 홀랜드를 ‘DAZED 100’에 선정했을까요?
응원해주시는 거 같아요. 제가 단순히 커밍아웃한 개인이 아니라 꾸준히 노력해서 많은 사람에게 이름을 알리고 차트에도 오른 결과를 높이 평가해주신 거 같아요. 기회를 주신 거라고 생각해요.
해외에서의 뜨거운 반응에 비하면 한국에서는 쉬쉬하고 조심스러워한다는 인상 받아요.
한국이잖아요.(웃음) 개인보다 공동체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남들이 싫어하거나 불편해하는 건 아예 덮어두고 모른 척하잖아요. 답답하고 아쉽죠.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도 여러 가지 가능성 안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디 그 끝이 긍정적이길 바라죠.
올해 초 한 인터뷰에서 아직 부모님께는 커밍아웃하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벌써 6월이네요.
용기내서 말씀드렸어요. 두 분 다 한참을 우시더라고요. 부모님 마음은 그렇잖아요. 커밍아웃보다 그동안 제가 상처받고 힘들어한 사실에 더 마음 아파하시죠. 대부분 부모님은 다 그러실 거예요.
두려웠나요?
글쎄요.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무의식중에 무서웠을 거예요. 솔직히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긴 했어요. 근데 또 한편으로 부모님은 나를 받아주실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어요.
그 큰일도 해냈어요. 이제 행복한가요? 모자람 없이?
속은 편하죠. 남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사는 걸 저는 누리지 못하고 살았잖아요. 근데 요즘 또 다른 중압감이 하나 생겼어요.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이 좀 있네요.(웃음)
연예인처럼 말하네요.(웃음)
저 연예인 맞는데요?(웃음) 이제 내 사랑을 숨기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게 제일 행복하죠.

상관없어요. 불편하거나 뭐 그런 거 없어요. 오히려 우리 사회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될 때까지 저를 좀 더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