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zed Earthround

Text Ji Woong Choi 
Fashion Min Ji Kim
Photography Yeong Jun Kim
Hair Dong Jin Jang
Makeup Min Ji Kim

 

딱 1년 만에 만났네요. 변한 것도, 그대로인 것도 있겠죠?
지난 1년간 되게 우울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 이름을 건 음반이 나왔잖아요. 공연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사람들이 절 찾아주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더라고요. 이 책이 세상에 나올 때쯤 또 다른 앨범이 나와요. 진짜 노력 많이 했어요.

공연할 때 어떤 기분이 들길래 그렇게 소중해요?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엄청 긴장하는 편이에요. 막상 공연을 시작하면 긴장이 탁 풀리는데, 그때 기분이 좀 이상해요. 노래라는 게 나 혼자의 만족을 위한 건 아니니까, 듣는 사람의 반응이 궁금하거든요. 공연장에서는 그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니까 재미있고 신기하죠. 지난 1년간 바쁘지 않아 우울했다고 했잖아요. 지금 생각하니, 차라리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어떤 점이?
남 신경 쓰지 말자. 남들이 날 이상하게 생각하든, 너무 어둡다고 생각하든 신경 쓰지 말자. 그거 하나 제대로 배우고 다짐했어요.

씨피카의 음악이 만만한 편은 아니죠. 좀 낯설기도 하니까요.
어려울 수도 있죠. 단순히 즐길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니까요. 근데 그걸 익숙하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이기도 해요. 그 관계만 잘 풀면 사람들이 날 더 많이 좋아할 거란 믿음이 있어요.

당신의 음악에 몽환적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기 시작했어요.
맞아요. 그런 말 많이 들어요. 꿈속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게 가능하잖아요. 내 노래가 누군가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칭찬으로 받아들여요. 그건 좋은 거니까요. 몽환적이라는 표현이 쉽게 쓰이지만,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어요.

뷔요크를 닮고 싶어요?
네. 아이콘이잖아요. 그 길을 따르고 싶은 거죠. 늘 실험하고, 도전하고, 영역을 넓히는 사람인데 나이가 들어도 뻔해지거나 뒤처지지 않더라고요. 그는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순수 미술가의 정신을 가진 예술가예요. 솔직히 뷔요크의 음악을 즐겨 듣진 않아요. 너무 초현실적이니까요.

그가 걸은 길은 외로웠을까요?
아니요. 그렇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뷔요크가 외로움 따위의 감정을 느끼긴 할까요?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요.(웃음)

인공지능 로봇을 말하는 거예요?
그럴지도 모르죠. 그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까,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인류의 기원과 최신 과학기술에 관심이 많죠?
어릴 때부터 남보다 앞서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어요. 먼저 경험하고 시도해보고 싶은 거죠. 개척자처럼요. 그래서인지 뭔가 탐구하며 최전방에 있는 탐험가나 과학자들을 존경해요. 인간의 영역을 넓혀간다는 그 정신이 진짜 멋지잖아요.

씨피카의 음악도 그러길 바라요?
영향을 받았겠죠. 기술이 예술인 시대니까요. 요즘은 상상력의 한계가 있긴 할까, 혹은 상상력을 재현할 힘이 인간에게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해요.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요즘은 인공지능이 화두잖아요. 그 발전이 기쁘고 반갑긴 한데, 두렵기도 해요.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 그들 처지에서 보면 인간은 하찮은 생명체일지도 몰라요.(웃음) 자기들이 발붙이고 사는 서식지를 마음대로 파괴하고 있으니까요. 인류는 늙었으니 전부 없애버리자는 판단을 할지도 모르죠. 로봇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요? 예술을 추구할까요?

가 생각나네요.
그 영화 좋아해요. 스타일리시하잖아요. 철학, 사랑, 이미지, 음악, 자본까지 모든 것이 완벽해요.

그 영화를 지배하는 감정은 허무와 우울이잖아요. 씨피카는 어때요?
늘 허무하죠.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저는 태어나서 작년에 처음 우울함이 뭔지 알게 됐어요. 저는 늘 행복했거든요. 독립한 후 돈이 없어지니까 우울하더라고요.

돈이 없어진 후에야 난생처음 우울함을 느꼈다는 거죠?
네 맞아요. 저는 행복하게 살았어요. 금전적으로 부족함도 없었고요. 그렇다고 제가 거짓말을 할 순 없잖아요. 그런 거 못해요.

오랫동안 산 LA는 당신에게 어떤 곳인가요?
날씨가 환상적이죠. 날씨가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날 것 같으니까요. 그곳 사람들은 특유의 친근함이 있어요. 가식일지 모르지만 다들 잘 어울리죠. 마찰을 싫어해요. LA는 진짜 행복한 곳이에요.

서울의 차가운 봄은요?
처음엔 이 도시가 진짜 싫었어요. 어둡잖아요. 하늘이 깨끗하지 않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에요. 그래도 요즘은 서울이 좀 좋아졌어요. 매력을 하나씩 찾고 있거든요. 뭐든 빠르잖아요.

근데 왜 자꾸 울어요?
몰라요. 지금 너무 재미있어서요. ‘역대급’이에요.(웃음) 게다가 우리가 특별한 시간에 만나서 그래요. 미국 투어를 준비 중이거든요. 매일매일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은 말을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미국 투어, 기대돼요?
힘들 것 같아요. 그 생각만 들어요.

좋은 여행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러게요. 평생 가보지 않은, 가보지 않을 도시에 가는 거니까요. 설렘은 좀 있어요. 프로 뮤지션답게 사는 법을 배워 올 수 있지 않을까요.

프로가 되고 싶어요? 프로가 된다는 건 뻔해질 일만 남은 건지도 몰라요.
어떤 면에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타성에 젖으면 그렇게 되겠죠. 그런데 제 말은,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거란 뜻이에요. 직업 정신을 갖는 거요.

무서움과 서러움, 두려움에 대해 노래하는 건 어떤 마음인가요?
일부러 부정적인 노래를 하려던 건 아니에요. 게다가 두려움이 나쁜 마음은 아닌 것 같거든요.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인간을 이롭게 해요. 기술도 발전시키고요.

우리에게 두려움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 무모해지겠죠? 더 많은 사람이 죽을 거고요.

무엇이 당신을 춤추게 하나요?
한 잔만 마셔야지 하고 늘 여섯 잔씩 마시는 테킬라요.

새빨간 재킷과 구조적 형태의 서스펜더는 양수임(Yangsueim).

 

PVC 소재의 후드 케이프와 바지인 듯 바지 아닌 바지 같은 스커트는 장래가 촉망되는 디자이너 김혜민(Kimhyemin)의 작품.

 

오버사이즈 점퍼와 레더 팬츠, 부츠는 모두 블랙멀(Blackmer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