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무슨 차예요?” 로터스 엘레트라를 타고.

LOT US RIDE, LIKE A LOTUS

겸, 굠, 귀욤. 같은 이름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불리는 팔색조 편집장이 고정 콘텐츠를 제안했다. ‘감히 타쿠가 차를?!’ 줄여서 ‘감타카GAMTACAR’(어감을 살리기 위해 ‘차’ 대신 ‘카Car’로). “하하하, 감사합니다. 재밌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지만 갑자기 겨드랑이가 축축해졌다. 왜냐고? 장롱면허 10년 차니까. 티베트에 이런 속담이 있더라.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진다면 걱정이 없겠네.’ 걱정은 뒤로하고 운전 연수를 받으며, 아름다운 모습만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5100만 대한민국 인구 중 약 3400만이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다. 나도 그중 한 명이고, 운전은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좀 더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자전거 타는 것과 비슷하니까. 나의 목표는 단 하나, 오로지 안전 운전. ‘다 함께 차차차’를 외치며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는 그날까지 ‘감타카’의 여정은 계속된다.
언젠가 기아에서 출시한 ‘엘란Elan’이라는 로드스터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쨍한 옐로 컬러에 깜빡이는 팝업 램프의 첫인상은 지금도 선명하다. 탈것에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꺼내 들고 가격부터 찾아봤으니까. 1996년부터 1999년까지 3년간 생산된 엘란은 영국 로터스Lotus로부터 생산권을 받아 국내에 출시된 스포츠카다. 그렇게 로터스라는 자동차 회사를 알게 되었다. 그 후 포뮬러1의 전설 아이르통 세나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그는 1985년부터 1987년까지 로터스 소속으로 활동하며 전성기를 맞기 전 드라이버로서 초석을 다지는 시기를 가졌다. “출력을 늘리면 직선 코스에서 더 빨라지고, 무게를 줄이면 모든 길에서 빨라진다”라는 창업자 콜린 채프먼의 말에 따라 초경량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로터스는 빠르고 아름다운 차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엘레트라는 로터스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준대형 SUV다. 국내에는 엘레트라 S와 엘레트라 R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었으며, 두 모델 모두 112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각각 최고출력 612마력과 최대토크 72.4kg·m, 최고출력 918마력과 최대토크 100.4kg·m를 뽐낸다. 엘레트라 R의 제로백은 2.95초. 그저 빠르기만 하다면 안락한 승차감을 필요로하는 SUV 패밀리 카로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거친 노면 위도 구름처럼 푹신하게 달릴 수 있도록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했으며, 강력한 출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륜구동 사양도 탑재했다.
또 주행 중 핵심 제어를 위해 차체 곳곳에 라이다 4개와 레이더 6개, HD 카메라 7개 등 다양한 센서를 심어 레벨4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실제로 차가 한쪽으로 몰릴 때면 ‘저기··· 이러다 다른 차랑 부딪힐 수 있어. 조금 옆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라는 뉘앙스로 스티어링 휠을 조심스레 조정해 준다. 초보 운전자에겐 아주 든든한 자동차인 셈이다. 곳곳에 숨겨진 센서는 안전 주행을 해야 할 때 활성화되어 마치 로봇이 변신하듯 차체 내부에서 바깥으로 돌출하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기능이 5.1m의 길쭉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안심하고 주차와 주행을 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센터페시아의 큼지막한 15.1인치 HD OLED 디스플레이는 목적지가 어디인지,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심리적 안정과 개방감을 준다. 조수석 대시보드에도 슬림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심어 주행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동승자에게도 생생히 공유한다. 사이드미러는 A필러 내부에 위치한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송출돼 누가 운전해도 각도를 조절할 필요 없이 손쉽게 운전할 수 있다. 터치도 가능해 운전자 편의에 맞춰 간단히 조정 가능하다.
엘레트라에 올라타고 강남을 출발해 종로, 한강대로 등 서울 곳곳을 지나 강원도 한계령까지 내달렸다. 거듭 말하지만, 장롱면허 10년 차 초보 운전자다. 그런데 운전이 버거운 상황을 마주하지는 않았다.(도로에서 만난 다른 드라이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기차 특유의 매끄러운 주행감과 로터스의 기조를 살린 호쾌한 속도감, 준대형 SUV에 걸맞은 널찍하고 쾌적한 공간감. 지금에야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고백하자면 엘레트라의 사운드 서라운드 시스템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것. 23개의 케프KEF 오디오가 차량 내부를 감싼 돌비 애트모스 사양은 단순 자동차가 아닌 누군가에게 덧없는 친구이자 자신만의 셸터가 되기에 충분하다. 설운도의 ‘다 함께 차차차’를 흥얼거리며 음악과 함께 즐거운 드라이빙을 하는 그날까지 ‘다 함께 카카카!’

Text 타쿠(Taku, 강승엽)
Photogrphay KimJiyoung
Art 애쉬(Ash, 원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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