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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흐리길 바랐고, 비가 내리길 원했다. 런던에서 자주 듣던 명쾌한 듯 둔탁한 빗방울 소리를 듣고 싶었을까. 바라던 대로 이뤄졌다. 런더너 마카오 입구에 도착했을 때, 유리로 된 돔 형태의 웅장한 포르트 코셰르 위로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물방울을 튕겨내는 방수 소재의 후드 재킷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늘 걷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앞, 그 빅토리아역으로 시간이 역행한 듯했다. 소리와 정경 모두 맞아떨어졌다. 회상은 뒤로 미루고, 바쁜 걸음을 돌려 로비로 향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사랑의 신 안테로스 조각상을 마주했다. 아트리움 공간의 섀프츠베리 기념 분수에서 시원하게 낙하하는 분수대의 물이 마치 빗소리를 확장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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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엔도르핀을 가득 채운 채 그 찰나를 즐 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니까. ‘더 화이양 가든’은 저명한 셰프 저우샤오옌의 첫 레스토랑이다. 그 공간에선 그의 제자이자 수석 셰프 샤오 페이가 넓고 낡은 나무 도마 위에 연두부를 올리고 종잇장보다 얇게 칼질하는 소리를 들었다. 고대 중국 정원을 모티브로 한 프라이빗한 곳에서 춤을 추듯 요란하고 현란한 그의 칼질은 명인이 만들어낸 세월의 궤적을 담은 소리였다. 도마 위 행위예술이 그대로 주 방을 거쳐 식기 위에 자리한다. 게살과 달걀흰자를 진한 육수에 곁들인, 잘게 다진 두부 요리가 그 주역이다.
Text & Photography 루시(Lucy, 박소은)
Art 던(Dawn, 위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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