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쳐나가는 비피엠과 어두운 클럽, 그 안에서 펼쳐지는 BDSM.

In the Club, Techno Banging, We Are Bondaged.

Text Kang Jiung

기본적으로 테크노는 즐겁다. 테크노가 흐르는 클럽도 즐겁다. 그리고 테크노가 흐르는 클럽에서 풍기는 BDSM의 분위기도 즐겁…나? 나는 BDSM에 대해 잘 모르지만, 기억에 남는 일화가 하나 있다. 독일을 방문한 가까운 지인은 독일을 대표하는 컬트 클럽 베르크하인Berghain에 방문해 며칠을 놀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나라에나 ‘입밴’ 문화는 존재하는 법이고, 입구를 통과하지 못한 자는 그 클럽을 즐길 수조차 없다. 지인은 베르크하인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에 서 있는 사람 중 한 명이었고, 그렇게 환락과 테크노의 공간으로 들어가길 하염없이 기다렸다. 베르크하인은 인테리어와 음악만 유명한 게 아니다. 베르크하인의 문지기가 이곳을 상징할 만큼 유명한데(구글에 베르크하인을 검색하면 문지기의 사진을 볼 수 있다), 흰 수염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거구의 문지기는 베르크하인에 입장하기 위해 한참을 기다린 지인을 바라보다 “입장이 불가하다”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누가 봐도 입밴을 걱정하던 여행객으로 보인 지인에게 영어로 “No”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서툰 한국어로 “죄송하지만, 입장 어려우세요”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테니…. 그는 고민했다. 내게 무슨 문제가 있나…(사실 얼마나 고민했는지는 모른다). 그렇게 다음 날,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베르크하인에 입장하기 위해 긴 줄에 선 지인은 다시 마주하게 된 무시무시한 문지기 앞에서, 코트 자락을 열어 젖히고 그 안에 무장한, 가죽 냄새와 라텍스 향을 가득 풍기는 하네스를 공개했다. 여기서 유명한 문장 하나가 떠오른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르라. 그리고 베르크하인에 들어가고 싶으면 하네스를 둘러라. 그렇게 그는 환락의 사흘 밤을 보냈고, 너무 많은 도파민에 정신을 잃고 다시는 베르크하인에 가지 않게 됐다고 한다…. 이렇듯 테크노, 클럽 그리고 BDSM 컬처는 도대체 어떤 긴밀한 연관이 있기에, 먼 나라를 방문한 지인을 입밴하게 만들고, 또 유튜브에 본디지Bondage 음악을 검색하면 테크노 플레이리스트가 뜨는 걸까?

먼저 BDSM과 테크노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BDSM 테스트 결과 바닐라 성향(BDSM 성향이 없는, 어쩌면 그걸 즐기는 이들이 볼 때는 재미없어 보이는 사람)이 나온 나에게 BDSM 하면 보통 눈과 입이 뚫린 가죽 마스크를 뒤집어쓴 사람이 채찍을 들고 동일한 가죽 마스크를 쓰고 입에 재갈을 물고 있는 사람을 위협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포괄적으로 설명하면, BDSM은 지배와 복종, 가학과 피학, 롤 플레잉 그리고 기타 인간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다양한 성적 활동으로, 용어의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B&D는 속박Bondage과 규율Discipline, S&M은 가학Sadism과 피학Masochism에서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플레이 종류로 구속과 훈육, 지배와 복종, 가학과 피학이 존재한다. BDSM 커뮤니티는 일반적으로 서브컬처 커뮤니티로 간주되고, 일상의 변두리 혹은 소수자성을 띠는 개인을 환영하기에 그 안에는 다양한 문화가 겹치고 상호 교류한다. BDSM에서 관계는 보통 성관계에서 기대되는 동등한 관계가 아닌, 참여자 간 ‘계약’된 불평등한 역할을 기본으로 관계가 성립된다.

테크노음악은 무엇일까? 테크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니나 크라비츠Nina Kraviz가 있고(물론 러시아 사람이긴 하다), 테크노는 전자음악의 한 갈래이며,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디자인한 기계음을 중심으로 대체로 4/4박자로 구성되며, 기계음이 ‘반복’되는 특징을 보인다. 1980년대 즈음 등장해 다른 전자음악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트랜스!

이번엔 테크노와 베를린의 관계성을 이해해 보자.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이후, 공산주의이던 동베를린은 슬럼화되었고, 낙후되고 버려진 공터나 공장에서 테크노 레이브가 열렸다(분명 북유럽 쪽이 더 민족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죽도록 놀아보자! 베를린에서는 20시간은 놀아야 ‘좀 놀았네’ 한다). 어째서 ‘테크노일까?’ 추측하건대, 디스코에서 하우스 그리고 테크노로 음악적 분화가 이뤄진 이유로는 디스코에 대해 주류 미디어와 대중 사이에 혐오하던 분위기가 생겨나고, 어쩐지 촌스러운 것 같아 경기장에서조차 틀지 않은, 터부시하던 역사 때문이다. 주류 세력인 백인 이성애자들이 흑인 음악인 디스코를 ‘거부’하고, 음지로 들어가게 된 디스코는 하우스음악이 되어 전자음악화, 클럽화를 거쳐 지금의 테크노음악에까지 이른 것이라 볼 수 있다. 테크노음악의 DNA에 각인된 소수자의 기억은 공간을 장소로 만들어내는 포용과 연대의 힘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독일에는 독일의 하드코어 킹키 테크노 클럽 킷캣KitKat, 다양한 젠더와 자아 표출을 지향하는 테크노 클럽 게겐Gegen 같은 지금 클럽 컬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 존재한다. 두 공간 다 BDSM 컬처와 페티시 패션을 인스타그램에 직접 전시한다. 

또 위에서 말한 이유를 제외하고 그저 클럽이 주는 공간성을 근거로 들어보고 싶다. 특히 다크룸Dark Room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다크룸은 사진을 인화하는 공간인 암실이라기보다는 게이 바 혹은 다른 클럽이나 성인 문화가 존재하는 공간, 즉 성적 행동이 가능한 어두운 공간을 뜻한다. 추가적으로 여기에서는 클럽 자체가 풍기는 어둠 가득한 공간을 비유하기도 한다. 테크노음악이 흐르는 클럽은 아무래도 다른 클럽처럼 어두운 데다 다른 장소보다 서브컬처를 포용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예를 들면, 클럽 이글 서울Eagle Seoul을 들 수 있다. BDSM 문화를 표방하는 이글 서울에서는 테크노음악을 트는데, 다크룸 역시 존재한다. 이글 서울 인스타그램에는 페티시 아트를 대표하는 톰 오브 핀란드Tom of Finland 이미지가 가득하다(실제로는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추구해 따라 한 이미지다…). 또 프랑스에서 25년 넘도록 테크노 무대에서 활동한 배우 다비드 아스코David Asko는 2018년에 테크노 보디 뮤직 프로젝트TBM를 만들었는데, 그가 창립한 TBM 파티에서는 파티가 진행되는 클럽이 다크룸으로 변할 때, 그곳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가죽옷 또는 하네스를 입거나, 아예 옷을 입지 않은 채 테크노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도 한다. 공간이 어두운 만큼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운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것은 BDSM 문화를 표출하기에 좋은 조건일 것이다. 테크노 클럽을 플라톤의 동굴에 비유한다면, 그 안에서는 도피한 BDSM의 시뮬라르크가 넘쳐 흐르고 있다. 서브컬처가 서브로 존재할 수 있도록, ‘즐거움 담당’이라는 역할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클럽의 공간, 좁아서 서로 밀접하지만 익명을 유지해 오롯이 BDSM과 테크노라는 외면받던 두 문화를 교차점으로 사람들은 육체적 혹은 그것을 넘어서는 교감을 나눈다. 공간성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계급 차는 여기서 뚜렷해진다. 이글 서울 같은 공간은 성소수자 남성을 위해 구성된 ‘공간’이 서브컬처와 만나 다양한 소수자성을 포괄하고 보듬고 연대하는 ‘장소’가 된다. 성소수자는 여기서 원관념이면서 동시에 메커니즘이 같은 다른 서브컬처의 은유가 된다.

테크노음악, 전자음악 등 서브컬처에 일가견이 있는 아티스트 아르카ARCA는 6450달러짜리 BDSM 헤드폰을 디자인하고, 심지어 유럽에는 본디지 뮤직Bondage Music이라는 레이블도 존재한다. 아이슬란드의 퀴어 친화적 테크노 팝 그룹 하타리Hatari는 BDSM 의상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빼입고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비주얼로도 유명하다(그룹명 하타리를 번역하면 Haters라는 뜻이 된다). 또 테크노음악의 가학적 비트와 그 음악을 듣는 이의 관계는 BDSM 플레이의 S와 M의 관계와 유사하다. BDSM은 불평등하지만 합의되어 있다. 무지의 상태가 아닌 충분한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베일을 쓰고 있다. 베일이 눈을 가린 상황(BDSM 플레이에서는 안대가 그 역할을 한다)에서는 청각이 제 역할을 가장 바로 한다. 유일하게 평등하고 공평한 정보이며 반복적이고 가학적 사운드의 테크노, 4/4박을 때리며 어두운 클럽의 공간 구획을 가로지르며 베일을 뒤집어쓴 하네스 차림의 청자 사이사이를 뚫고 묶고 다닌다. BDSM 의상은 그저 구속을 시각화한 것 같지만, 무의식 속 성적 환상의 ‘해방’과 다름없다. 테크노 역시 자본주의 반대 운동과 아나키즘을 상징하는 장르다. 반복되고 강한 킥은 음악의 시간대를 모호하게 만들지만 그것이 상징하는 것은 BDSM 플레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쾌감만큼 명징하다. 테크노의 트랜스 상태와 BDSM 플레이에서 참여자가 욕구 A 지점을 충족하기 위해 B라는 과정을 참아내고 그 지점을 성취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과 쾌감은 어쩐지 비슷하다.

결국 클럽이란 동굴 속, 쾌락과 연대의 이데아를 모사하는 BDSM과 테크노는 그 동굴 안에서 빠른 비피엠BPM으로 접점을 맺는다. 서브컬처 속 연대와 포괄의 가능성은 늘 사랑스럽고 지켜내야 할 요소임에 분명하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그곳에 가서 즐겨봐야 한다. 테크노음악에 젖어 자신만의 문화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경험은 언제나 새롭고 즐거운 일일 테니 말이다. 공간이 늘 장소가 되지 않는 것처럼.

Text & Art Kang Ji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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