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완전히 연소시켰죠. 그만큼 멋진 건 없는 거 같아요.” 2019년 3월 13일의 전종서는 리 알렉산더 맥퀸이 남긴 예술에 대한 희생이라는 가치를 칭송하더니, 거침없이 ‘평범’을 말했다.

SUPER NORMAL

 
영국식의 버터컵 옐로 자수 드레스와 케이지 앵클부츠, 봄베이 힙 벨트, 주얼 사첼 백은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레이스 니트 비대칭 미니 드레스와 케이지 앵클부츠, 비대칭 가죽 드레이프 벨트는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레이스 니트 비대칭 미니 드레스와 비대칭 가죽 드레이프 벨트, 주얼 사첼 백은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아이리스 프린트 러플 드레스와 케이지 앵클 부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전형적이지 않은 포즈와 연기를 해준 덕분에 즐겁게 촬영했어요. 종서 씨 팬이 됐다고 할 정도로.
저도 같은 감정을 느낀 거 같아요. 제가 원하고 추구하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여태 진행한 화보 중에 제일 재밌었어요.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한다면서요?
일단 포토그래퍼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평소에도 사진을 자주 찾아 보는 편이고요. 카메라에 담기는 건 연기하는 것과 다르게 순간들이 정지되어 나타나는 거라 연기하는 것과는 다른 재미가 있어요.

옷 입는 것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평소 스타일은 어때요?
요즘은 촬여하고 있는 영화에서 20세기 후반에 서태지가 유행시킨 힙합 바지와 끈이 긴 벨트 같은 의상을 입고 나오는데 그 차림에서 영향을 받고 있어요. 그 당시 룩이 지금과 크게 다른 것 같지 않거든요 최근에 산 옷도 제가 영화에서 입고 나오는 옷이랑 비슷해요.(웃음)

데뷔 후 취향이 조금 바뀌었을 거 같아요.
제 취향이 뭔지 모르겠어요. 명확하게 내가 어떤 걸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거든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를 수 있잖아요. 하지만 확실히 저는 주변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아요. 그래서 제 가까이 있는 것에 민감해요. 

많은 인터뷰를 봤지만 <버닝> 이전의 종서 씨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더라고요. 분명 평범하지는 않았을 거 같아요.
튀는 애는 아니었던 거 같아요. 혼자 조용히 있는 편이었고,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영화관에 주야장천 죽치고 있거나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했죠. 꾸준히 연기를 배우면서 연기자를 꿈꾸던 여자아이였지만 폐쇄적이고 내성적이었어요. 지금도 그런 편인데 아는 분이 많아지면서 일상이 조금씩 풍요로워지고 있는 거 같아요.

데뷔와 동시에 대중과 기자들을 마주할 기회가 많았어요. 근데 그걸 어려워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곧 차기작이 개봉하면 또 그 자리에 서야 해요.
아직 닥치지는 않았지만 그 시간은 여전히 불편하고 어색할 거 같아요. 거기서 내가 뭘 해야 한다고 정해진 건 없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표현하는 방식과 언어가 기존틀에서 어긋나 보일 수 있는 경계에 대한 감을 잡기가 어려워요.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그걸 알아가겠지만 남들이 하는 방식을 무조건 따라 하고 싶지는 않아요. 한 마디를 하더라도 내가 느낀 걸 정확하게 전달하면서 공감을 주고받는 게 배우라는 직업이라 생각하거든요. 아직은 어려워요.(웃음)

말이라는 게 참 어렵죠.
앞으로도 그 신념들은 지킬 거예요. 제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좋아해주는 분도 많으니까요. 영화를 찍고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재밌고 즐거운데 그 외의 것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연기를 자유롭게 하지 못할 거 같거든요

차기작을 준비 중이예요. 영화 <콜>. 이충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예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영화다'라고 말했더라고요. 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가 전부 여자인 영화. 그 점이 차기작으로 선정하는 데 영향을 줬을 거 같아요.
내가 연기를 해야만 하는 캐릭터, 내가 해야하만 하는 작품. 그 작품 역시 나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연인이 분명 있다고 믿거든요. 그런 느낌이 오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콜>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정말 깔깔 웃으면서 봤어요. 스릴러 영화인데 전형적인 한국 스릴러와는 달랐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자가 주연인 영화인 건 맞지만 감독님이 '나는 여성 영화를 해야지!'라는 이유로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건 아니예요. 남성이 살인을 하거나 폭려을 행사하는 것보다 여성이 할 때 오는 의외성과 충격이 있잖아요. 다른 시너지가 생기고 파급력이 몇 대 더 강하게 다가오죠. 매회를 찍으면서 그런 전율이 있었던 거 같아요. 먼저 시나리오를 통해 감독님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고, 운이 좋게도 함께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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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처럼 내면이 강한 디자이너인 사라 버튼이 만든 알렉산더 맥퀸의 옷을 입었어요. 이 브랜드의 창조자인 리 알렉산더 맥퀸에 대한 감상은 어떤가요?
잘은 모르지만 최근에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어요. 엄창난 업적을 남겼죠. 그 사람의 일생이 희생이라는 생각을 해요. 자신의 성취를 위해 본인이 쓰러지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던 사람이예요. 스스로를 완전히 연소시켰죠. 그만큼 멋진 건 없는 거 같아요. 그토록 자신의 일을 사랑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겼고 지금도 그를 기억하죠. 제가 감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지 모르지만 제가 선택한 연기에서 그렇게 거침없고 싶어요.

남들에게 기억되고 싶은 욕심이 있나요?
지금은 귀엽게 내가 너무 연기가 좋아서 재밌게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좀 더 경험이 늘어나고 심지가 굳어져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가 되면 체계적으로 나의 성을 쌓을 거 같긴 한데 지금은 재밌기 때문에 연기를 하고 있어요. 단지 내가 쏟은 에너지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전종서는 어떤 사람이었으면 해요?
저는 단지 저이고 싶어요. 제 삶이 별로일 때도 있을 거고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죠. 실수를 할 거고 억울할 때도 있을 거예요. 누군가에게 칭찬과 인정을 받을 때도 있겠지만 호되게 혼나기도 할 거예요. 그 모든 순간을 지나치는 평범한 여자애였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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