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사이
시모가 입은 롱 코트와 부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슬리브리스 톱과 팬츠는 에디터의 것. 현진이 입은 슬릿 디테일 드레스는 에디터의 것, 발레리나 슈즈는 캠퍼(CAMPER), 타이츠는 에디터의 것. 지빈이 입은 시스루 롱 드레스와 슬링백은 알라이아(ALAÏA), 브리프와 타이츠는 에디터의 것.
크롭트 재킷은 송지오(SONGZIO), 발레리나 슈즈는 캠퍼(CAMPER), 프릴 디테일 셔츠와 데님 쇼츠, 타이츠는 모두 에디터의 것.
리본 디테일 슬리브리스 톱은 샵사이다(Shop Cider), 미니스커트는 젤로젤로(Jello Jello), 러플 디테일 플랫폼 레이스업 로퍼는 콜리나 스트라다X 바이론 by 엠프티(Collina Strada X Viron by E( )PTY), 실버 헤어핀은 위크 제너레이션(weak generation), 타이츠는 에디터의 것.
퀼팅 패딩 코트는 몽클레르 + 릭 오웬스(MONCLER + RICK OWENS), 슬리브리스 톱과 팬츠, 허리에 스커트로 연출한 후드 집업 재킷은 모두 에디터의 것.
슬릿 디테일 드레스, 펌프스 힐과 타이츠는 모두 에디터의 것.
시모가 입은 롱 코트와 셔츠, 부츠, 레더 타이는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팬츠는 에디터의 것.
지빈이 입은 시스루 롱 드레스는 알라이아(ALAÏA), 타이츠는 에디터의 것.
시모가 착용한 스니커즈는 시모의 것. 지빈이 착용한 부츠는 지빈의 것. 현진이 착용한 스니커즈와 옐로 글러브는 현진의 것. 시모·지빈·현진이 입은 길리 슈트는 모두 에디터의 것.
참 잘 먹네요.
백현진 (김밥을 입에 넣으며) <고독한 미식가> 그 배우도 그랬다잖아. 이걸 왜 재밌어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아저씨가 밥 먹는 건데 뭐가 이렇게 재미있다고.시모 먹방의 원조 같은 거죠.
백현진 근데 앤디 워홀이 빠른 게, 벌써 1960년대에 필름으로 지인들한테 “음식 먹어” 주문하고 그것만 찍었거든. 내가 그걸 소문으로만 듣다가 뉴욕 갔을 때, 한 미술관에서 우연히 보게 됐어요. 완전 먹방 원조였던 거지. 먹방 원조 너무 재밌지 않니.
시모 음식 콘서트 같은 거죠.
잠깐 고민했어요. 짜장면 같은 걸 시켜볼까.
백현진 짜장면 맛있겠다. 오늘 덕분에 즐거웠어요. 고맙!
시모·지빈 특별했습니다.
요즘 자주 모여 논다길래 제가 자리를 만들어봤어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백현진쑈>의 Y2K92라는 이름은 좀 색다르던데요.
지빈 그 이전에 양혜규 작가님이 신도시에서 주최한 <서울슬랭>이라는 행사에서 같은 라인업으로 참여했어요. 아마 그때 현진 님이 저희를 처음 보고 연락을 주셨을 거예요. 공연할 때 관객석에서 너무나 열광하시던 모습이 기억나요.
백현진 맞아, 나 소리 질렀어. 재밌는 거 보면 ‘샤라웃’ 하는 거죠. 마음에서부터 응원이 우러나오니까.
지빈 그 이후로 <백현진쑈>에 섭외가 됐고, 함께 공연 준비를 하면서 가까워졌어요.
백현진 나는 재밌는 사람들이 보이면 내가 먼저 연락하는 쪽이라, 놀아달라고.(웃음)
Y2K92 참 재밌죠. 어떤 점이 제일 재밌었나요.
백현진 퍼포먼스가 새롭게 느껴졌어요. 지빈 보컬도 재밌고, 시모 비트도 좋고. 무엇보다 저한테 맞았고요. 그냥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다르게 일을 보는 사람들이더라고요. ‘아, 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인 것 같다.’ 그래서 호기심이 있었죠, 나도. 음악가로도 좋지만 둘이 가만히 무대에 덩그러니 있는 걸 시뮬레이션 해봤더니 그 이미지가 좋았어요. 그래서 <백현진쑈> 퍼포머로도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그 무대에 예상치 못하게 부합하는 인물들이었나 봐요.
백현진 누군가를 봤을 때, 몸을 잘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제가 연출가로서 그 사람을 퍼포머로 기용하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는 배우라는 피지컬 자체가 ‘보이는’ 거잖아요. 별 거 안하고 서 있을 때도, 알려진 얼굴이든 덜 알려진 얼굴이든 관객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사람, 동시에 그걸 즐기면서 수행할 수 있는 사람. <백현진쑈> 캐스팅을 해야할 무렵, 그런 기준을 세웠어요. 외모 지상주의.(웃음)
Y2K92는 팀으로선 <데이즈드>와 처음이죠. 뭐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요.
지빈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지? 음악 하는 팀?
시모 저는 작가라고 이야기할 때가 제일 편한 것 같아요. 글을 먼저 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단 뭐든 한 문장으로 딱 떨어지면 마음 편하게 전개가 되거든요. 음악도 그렇고, 퍼포먼스나 저희 행보 모두요.
백현진 언어가 등불이 되는구나? (웃음)
그럼 Y2K92의 정의는 때마다 바뀌는 거예요?
지빈 그때그때 다르게 쓴다고 생각해 왔는데, 최근 돌아보니 같은 맥락을 갖고 있긴 하더라고요.
시모 예를 들어서, 어떤 믿음이 있어요. 그 믿음을 그냥 믿고 걸어 나갔는데 지식이 따라주지 않으니까, 뭔가 신비주의로 가게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공허해지고. 그때 문장은 ‘신비주의자들의 사색은 공허하다’였어요.
‘Bi-elijah’ 가사의 한 대목이네요.
시모 네, 거기서부터 작업을 좇아갔어요. 그러다 보니 공부를 하게 되고.
백현진 정말 공부요? 그거 은어 아닌가요?
지빈 진짜 공부를 해왔죠. 하고 있기도 하고.
시모 신학을 공부하고 있어요.
신학 공부가 좀 도움이 됐나요.
백현진 피부가 좋아졌어?
지빈 오, 피부가 좋아질 수 있죠.
백현진 그렇지, 마음이 편해지면. 하긴 대부분 호르몬 이슈니까.
지빈 마음이 어느 정도 해소됐어요. 그전에는 뭔가 덩그러니 놓인 것만 같은 기분이었는데, 내가 그냥 놓인 게 아니고 목적이 있어서 여기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은. 지금은 제대로 직면하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뭘 보고 있는지.
요즘 백현진은 어떤가요. 뭘 보나요.
백현진 주어진 일,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을 그냥 하는 거. 딱히 구체적으로 바라보는 것 별로 없어요. 방향은 있는데, 목적지는 없어요. 그건 끝까지 안 갖고 싶어. 지금은 먹고사는 거 걱정 안 하고, 작업만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고마운 마음이에요, 대자연한테. 그냥 단순하게, 즐겁게 일하며 생활하는 거죠.
지금 Y2K92처럼 목적을 바라던 때도 있었어요?
백현진 젊은 시절에는 욕망이 지금보다도 더 추상적이었어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야지’ 따위의. 왜냐하면 다 답답했어. 너무 많은 게 싫었어요. 그래서 ‘내가 디퍼런트 퍼슨different person이 되면 다른 작업을 할 수 있을 테니, 다른 삶을 살 수 있겠지’ 뭐 그 정도가 목적이었죠.
다른 예술가가 되었네요. 저는 현진을 ‘어어부 프로젝트’ , ‘방백’으로 잘 알고, 오늘 현장에 와 있는 우리 팀 막내 친구는 <무빙>의 ‘진천’ 으로 알고 있던데요. 또 누군가는 당신이 미술가인 것도 알고요.
지빈 그렇게 음악과 그림과 연기를 병행하면서 만들어가는 길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시모 형 워낙 유명하셨으니까요. 주변 친구들도 다 백현진 팬이고.
백현진 40대 아저씨들?(웃음)
시모 아니요, 1995년생? 1996년생? 오히려 어린 친구들이 형 음악에 엄청 의지하죠. 한참 막 방황하는 나이에.
백현진 고마워. 운이 좋은 거야. 젊은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사용해 주면.
저도 그게 신기했어요. 젊은 친구들이 오히려 백현진을 더 잘 알고 좋아해서.
백현진 디깅하는 사람들이겠지. 힙스터 혹은 은둔자들.
백현진을 알면 힙스터다?
백현진 감각적인 거, 다른 감각 계속 찾는 사람들이 내가 이해하는 힙스터인데, 용어는 늘 바뀌지만 다 다른 감각을 원하는 사람들이겠지. 옷 입는 거 좋아하고.
동의해요. 다른 셋이 모이니 더 힙한데요. 오늘은 촬영장에 흐르던 음악부터 달랐잖아요. 스튜디오가 광활한 몽골 초원이었다가, 콜라텍이었다가. 같이 놀면 어때요?
지빈 맛있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이 나무는 어떻니 하면서 보고요. 이 음악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사람과 무슨 재밌는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요.
백현진 사실 뭐 그냥 계속 수다 떨고 낄낄거리고, 시모는 저쪽에서 계속 스트레칭하고요. 어떻게 보면, 말이 별로 필요 없어서 우리 관계가 좋은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같이 노는 것과 같이 작업하자는 또 다른 이야기 같아요.
지빈 놀려고 모이면 결국 시모도 옆에서 리듬 짜고, 현진 님도 믹싱 만지고 계시고, 저도 뭔가 막 생각하게 돼요.
백현진 일함에 있어, 나는 ‘즐겁게 즐겁게’가 무조건 첫 번째거든요. 노는 게 잘 맞고, 작업도 놀면서 하니까 현재까진 무리 없어요. 심각하거나 진지한 건 각자 비즈니스인 것 같아. 모여서는 즐겁게 ‘쓰윽쓰윽’ 할 수 있는 게 좋죠.
이렇게 다른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도 신기하고요.
백현진 함께 음악하는 데 사실 장르는 중요하지 않아요. 장르로 굳이 분류하면 많이 다르죠. Y2K92는 일렉트로닉 기반이고, 나는 보통 실제 악기들을 많이 사용했었고. 근데 장르와 상관없이 흥미로운 소리를 만든다고 느껴지는 음악가가 있어요.
흥미로운 소리라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어떤 소리를 만들고 싶어요?
지빈 내 귀에 들리는 게 많은 사람에게도 좋게 들릴 수 있는 소리요. 왠지 설득되는 그런 음악?
시모 저는 작업할 때 되게 단순해요. 근원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쓰는 드럼도 역사가 있잖아요. 그 악기의 조합으로 만든 장르와 스타일이 있고, 그게 제일 처음 탄생한 로컬이 있고, 그럼 그 지역의 정신이 있고. 계속 돌아가는 거죠. 그래야 앞으로 갈 수 있다고 믿어요.
백현진 나는 어제, 오늘, 내일 같은 소리. 그러니까 ‘과거와 현재와 미래’ 같은 소리. 저는 시간을 견뎌내는 소리라고 표현하는데, 40년, 50년 지나고 100년 지나도 ‘제일 오늘 같은데? 제일 내일 같은데?’ 하는 느낌이 드는 음악이 제겐 더러 있어요. 그런 소리를 듣고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고.
시간을 초월하는 소리, 그 근원에 가까운 소리, 설득력 있는 소리 모두 하나의 맥락 같기도 해요. 그런 소리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시모 여러 형태가 있겠죠. 그런데 제일 재밌는 부분은 실수에서 오는 거.
백현진 해프닝. 연구실에서도 그런 일이 많잖아요. 수많은 실수. 새로운 가설. 그 와중에 다른 문들이 열리고, 열리면 용감하게 들어가서, 경험하고 검증하는 일련의 과정 중 어떤 다른 결과물들을 내는 부류가 있죠.
모두 실수해 버리는 사람들이죠?
시모 자기 계획을 믿지 않으면 되죠. 우연치 않은 곳에서 특별한 걸 얻기도 하고.
백현진 해프닝을 생활과 작업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시모 저는 현진형 만난 것도 그래요.
백현진 보통은, 실수나 잘못된 것이라고 취급받는 것들을 규정하지 않고 그냥 열어놓고 가다 보면, 자기에게 알맞은 무엇이 되기도 해요.
같이 또 어떤 일을 꾸미고 있어요?
백현진 11월에 <백현진쑈>를 런던에 있는 코로넷 시어터The Coronet Theatre에서 해야 해요. 그 전에 싱글이나 EP를 함께 작업하겠죠. 올겨울에 솔로 앨범 낼 건데, 그때 상의 좀 할게.
지빈 EP 작업이 재밌을 것 같아요.
백현진 그냥 모여서 같이 노는 거지, 뭐.
Text Kwon Sohee
Fashion Ahn Doohyun
Photography Moke Najung
Art Joung Minjae
Hair Lee Hyejin
Makeup Im Asil
Assistant Lee Yu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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