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늘어지거나 지거나 숨은 뒤, 양세종의 시간과 얼굴

네 시 반 그 후

Text Kwon Sohee


재킷과 팬츠는 페라가모(Ferragamo).


재킷과 셔츠, 팬츠, 슈즈는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레더 재킷과 셔츠는 발렌티노(Valentino), 타이는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레더 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블랙 슈즈는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재킷과 셔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롱 재킷과 하이웨이스트 데님 와이드 팬츠는 구찌(Gucci), 블랙 첼시 부츠는 르메르(Lemaire).


레더 재킷과 셔츠는 발렌티노(Valentino), 타이는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레더 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재킷과 슬리브리스 톱, 팬츠, 슈즈는 모두 아미(AMI).

 

벼락 같은 비를 다 맞았네요. 비 오기 전엔 분명 습했는데.
거의 막바지에 왔으니까요. 타이밍이 딱. 사실 야외 화보 촬영이 오랜만이라 처음엔 좀 떨리더라고요. 땀도 막 나고.

그래서 중간중간 부는 바람이 너무 달았어요. 서울에서 벗어나니 어때요?
오늘 되게 멀리 온 느낌이었어요. 외국 같기도, 제주도 같기도 했고요. 먹구름이 막 끼는데도 좋았어요. 그때 찍은 흑백 톤 사진이랑 잘 어울려서요. 제가 평소엔 집, 복싱장, 한강, 연습실. 이렇게 끝이거든요. 유일하게 나가는 곳이라고 하면 한강? 그런 것 같아요. 4시, 4시 반쯤 해 지는 그 시간에 혼자 음악 들으면서 그냥 걷는 게 다예요. 아파트 안 보고 강 보거나 하늘 보거나 하면서요.

 보통 언제 걷고 싶어져요? 습관적으로 걷는 것 같긴 하지만.
생각이 많거나 우울할 때. 그럴 때는 무조건 걸어요. 그래야 환기가 되기도 하고, 음악도 가급적이면 밝은 것 듣고요. 근데 정말 우울할 때는 차라리 더 우울 한 걸 들어요. 진짜 우울할 때는 끝까지 들어가야 반작용으로 툭 하고 올라오잖아요. 아시죠?

 그럼요. 사실 얼마 전 공개된 <이두나!>를 그제 다 봤거든요. 그래서 촬영 내내 ‘원준’과 양세종이 이래저래 겹쳐 보이던데요.
원준··· 세상에 있긴 하겠지만 정말 드문 아이죠. 원준이 저보다 더 순수하고요. 대본을 처음 읽는데, 원준을 통해서라면 정말 마지막으로 20대 초반의 순수한 청년을 연기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제 더 안 할 거예요.(웃음) <이두나!>라는 작품은 대본을 정말 많이 봤어요. 원준이 어떤 정서로 살아가는 친구인지를 그냥 몸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서요.

 20대 초반, 두나와 원준의 사랑은 그렇게 간단해 보이지 않던데요. 복잡 미묘하고요.
대본을 정말 많이 봤는데, 대본엔 나타나지 않는 미묘한 감정이 수지 씨와 연기 하면서 튀어 나오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그걸 잘 연결해 맞춰 나갈 수 있을까, 감정을 잘 가져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했던 것 같아요. 그 밖엔 그냥 원준으로서 그 상황에 집중한다고 생각하니 다른 생각이 들진 않았어요. 특히 이 대사를 이렇게 해야지, 이렇게 연기해야지, 그런 거 안 해요. 저는 계산 절대 안 해요.

 문득 처음이 궁금하네요. 이렇게 멀리 올 줄 알았어요?
몰랐어요. 몰랐죠. 목표 자체가 없었어요. ‘몇 년 뒤에 꼭 데뷔해야지’, ‘이런 작품 해야지’ 같은 마음 자체가 없었어요. 학교 다니면서 연기만 하다가 오디션이 있다고 해서 봤고, 붙었고, 그러다 작품을 하게 된 거예요. 그게 <낭만닥터 김사부>였어요. 연달아 작품을 하다 <사랑의 온도>도 했고요. 질주하는 야생마처럼 쉼 없이 하다 보니까, 완전 빠져 있다 보니까 지금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 보니까요.

 연기가 양세종을 움직인 셈이네요. 전역도 했겠다, 어떻게 더 가고 싶어요?
결국 제가 연기할 인물을 제가 사랑해야 하잖아요. 그런 캐릭터와 작품이 있다면요. 그런데 방금 그 말 되게 되게 좋은 말이네요. 연기가 저를 움직이게 했다. 이거 인스타그램에 한 번. 너무 진지한가?(웃음) 연기가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근데 이렇게 큰 마음으로 좋아해 본 게 연기 말곤 없었어요?
연기가 처음이에요. 연기가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요?

 

Text Kwon Sohee
Fashion Lee Hyeyoung
Photography Kim Yeongjun
Art Joung Minjae
Hair Lee Hyeyoung
Makeup Lee Ji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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