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른 바다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 호이아나 리조트 & 골프에서 보낸 꽤 다른 며칠.

호의호식 호이안


사실 호이아나 리조트의 가장 큰 목적은 골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셔틀버스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호이아나 쇼어스 골프 클럽 Hoiana Shores Golf Club은 개장 전부터 골프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환경친화적 골프 코스 설계의 아버지 로버트 트렌트 존스가 설계했다는 것도 이유지만, 골프장이 생기기 전 지형과 지금 모습이 백팔십도 다르기 때문이다.


해변가에 평평하게 펼쳐진 모래밭 위에 생긴 골프장은 일부러 모래를 쌓아 사구를 만들어 파도처럼 현란한 기복을 보이는 코스가 특징이다. 모래 언덕의 황야를 뜻하는 링크스Links 코스는 잘 가꿔진 산악형 코스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약간의 당혹감을 줄 수 있다. 꽃이나 나무도 없고 워터 해저드도 없으며, 모래언덕을 살려 만든 만큼 벙커가 상당히 크고 많다. 사막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낮은 관목과 잡초, 고목들이 듬성듬성 나 있는 풍경은 원시적인 동시에 매혹적이다.


낙원이라는 이미지는 늘 여름에 붙박인다. 반짝이는 잎사귀와 색색깔 생명들. 척박한 사막도, 미지의 열대우림도 아닌 동남아는 여행으로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낙원의 이미지다. 뚜렷한 사계절이라는 말에 길든 이에게 동남아의 건기와 우기는 어쩐지 낭만적이거나 고통스러운 그림을 연상시킨다. 말라비틀어지거나, 홍수가 철철 나거나. 5월 말 베트남은 아직 건기라고 봐야 했으나 밤이면 밤마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곤 했다. 축축한 습도와 피어나는 땅 냄새를 맡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깊고 깊고 달콤한 잠. 비가 그친 뒤 맞은 아침 미친 듯 들이치는 햇살은 거역할 수 없이 반짝였고 무더웠으며 아름다웠다. 밤과 낮은 여기서 저기만큼 다른 풍경의 낙원인 듯 그랬다.


온종일 리조트에 있어도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았다. 특히 방 안에서 빈둥거리는 것만으로 잘 쉬고 있다는 기운이 충만했다. 방에서 내려다보는 창밖 풍경에 자꾸 눈길이 갔다. 액자처럼 네모반듯한 창은 바다나 호수, 푸르른 정원을 그림처럼 담는다. 해변가 초원에선 소를 방목하고 호숫가엔 낡은 집 몇 채만 서 있을 뿐이다. 아직 손때가 묻지 않은 이 드넓은 땅은 여전히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 속도는 가늠할 수 없지만 속속들이 다양한 리조트가 들어서고 관광객이 몰려든다면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이 야말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용하고 럭셔리하게 호이아나 리조트를 누릴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인지도 모르겠다. 호이아나 리조트에서 보낸 몇 날 며칠은 서울의 시간과 달리 느리게 흘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유유자적 여행의 묘미. 호이안과 호이아나 리조트에 다시 오는 건 시간문제가 됐다. 이유랄 것도 없이, 그저 홀린 듯이.

Text & Photography Choi Jiwoong
Art Lee Sang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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