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kas Dhont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하고 있었나.
벨기에에 있고, 막 촬영이 끝나 미뤄뒀던 스크립트를 쓰고 있었다.
5월 한국 개봉을 앞둔 영화 <클로즈>를 작년에 열린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에 서 미리 볼 수 있었다. 이토록 몰입해서 본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는 <클로즈>를 직접 소개해 달라.
두 소년이 중학교에 가고, 사회가 그들의 관계를 질문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그들의 우정, 후회, 상처를 담았다. 내 개인적 경험도 담겨 있다. 나는 이런 것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보편성이란 무엇인가. 당신의 영화는 왜 보편성을 추구해야만 하는가.
사실 보편성을 꼭 추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인 모티브는 영화를 통해 나 자신과 타인을 연결하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왔고, 어린 시절 나는 감정과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내 감정과 경험을 얘기할 수 있게 되었고, 영화를 통해 공유하고 싶었다.
당신의 어린 시절이 어떻게 내포되어 있는가.
어린 시절 나는 타인과 가까워질 즈음 밀어내고 싶지 않았는데 무서워서 밀어낸 적이 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과 감정을 이 영화에 녹여냈다. 이러한 감정은 많은 사람이 얘기할 수 없는 주제이고, 개인적으로도 중요하다.
어린 시절에는 없던 용기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내 어린 시절에는 접할 수 있는 단어와 공간이 제한되어 있었다. 결과물에 집중하는 분위기였고, 독창성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개 인성, 정신 건강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대 흐름 속에서 나도 완벽하진 않지만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점점 좋아지는 중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용기가 생긴 게 아닐까.
<클로즈>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사람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가까운 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우리 사회는 섹슈얼한 관계가 아닌 남성들의 우정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영화를 강인함과 나약함을 대비해 보여주도록 의도했고, 우리가 인생에서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클로즈>는 어떠한 착상 또는 집필 과정을 거쳤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시간을 얼마나 투자했나. 대본 집필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겠지만 2년 정도 걸렸다. 마지막 여섯 달을 앞두고는 남자아이 두 명을 캐스팅했다. 연기를 안 해본 아이들이었지만, 대본에는 굉장한 영향을 줬다. 그리고 주연배우 두 명이 친해지는 게 중요했고,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연출 면에서는 영화 자체가 순수한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색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었다. 색감이 뛰어나 지만 너무 튀지 않는 공간. 매 순간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꽃이 많이 피는 5월, 아이들의 방학이 있는 여름, 꽃이 진 가을 총 35일 동안 촬영했다. 봄, 여름, 가을이 프로덕션의 큰 틀이었다.
<클로즈>에서는 꽃이 가득한 공간에서 어딘가 뛰어가는 아이들, 노을을 배경으로 바다에서 장난치는 아이들 등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이 많았다. 연출할 때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배우들의 에너지였다. 나는 관객과 배우들이 서로 연결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촬영 환경이 100%가 아니더라도 배우들이 촬영할 준비가 됐으면 진행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도 강했기 때문에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촬영했다. 예를 들면 바다를 배경으로 촬영하는 장면이 있으면 최대한 햇빛을 살려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걸>과 <클로즈>는 영화를 여는 방식이 비슷하다. 검은 화면에서 등장인물의 목소리만 들리면서 시작한다. 관객은 처음부터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이 같은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 이유가 있는가.
검은 화면에 목소리만 나오도록 연출한 이유는 관객들이 등장인물의 목소리만 들음으로써 내가 이 캐릭터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 몰입하도록 의도했다. 이후 관객은 캐릭터를 맞닥뜨리게 되면 더 친숙한 상태로 캐릭터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클로즈>에서 레오와 레미의 관계를 친구들이 놀리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은 소속 집단의 시선에 예민한 시기다. 이를 계기로 레오가 레미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레오는 레미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강하게 밀어낸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레오 와 레미의 관계에 대해 더 깊이 들어보고 싶다.
레오가 레미를 밀어낸 건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없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다른 아이들이 레오와 레미의 관계를 섹슈얼하게 바라보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레오는 레미를 구하려고 했을 거다. 자세한 이유는 말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처음 15분은 레오와 레미가 재밌게 노는 둘만의 세상이었는데, 이 관계가 무너지는 걸 보고 너무 슬펐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로 남자아이들의 우정이 존재할 수 없는 구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남자아이들의 우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주연을 맡은 에덴 담브린과 구스타브 드 와엘은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열린 태도를 가진 어린 두 배우에게 어떤 디렉팅을 주었는가.
학교처럼 경직된 방식으로 디렉팅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나는 6개월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친해지도록 노력했고, 수평적 관계를 유지했다. 영화에 대한 질문을 자주 했지만 정답을 알려주진 않았다. 예를 들면 ‘학교가 끝나고 레오는 레미를 기다리지 않고 왜 먼저 집에 가는 걸까’ 같은 질문이 있겠다. 감정을 끌어내야 하는 장면에서는 왜 이런 장면이 중요한지, 감정을 느끼는지 충분히 설명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아이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한 번은 레오 역을 맡은 에덴 담브린이 병원에서 우는 장면이 있었다. 어린 배우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가 있는데 그 노래를 들으면 바로 몰입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고, 우리는 곧바로 그 노래를 준비했다. 이런 방식으로 감정 교류를 하면서 디렉팅했다.
끝으로, <데이즈드> 독자들에게 신작 <클로즈>를 어필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아니면 개인적으로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줘도 좋다.
이번 영화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 우리는 항상 아이들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하지만, 깊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 치료하지 않고 계속 살아간다면 상처는 더욱 커지고 그 상처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아이들이 치유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데이즈드> 독자 중 이런 상처가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치유했으면 좋겠다.
Text Marco Kim
Art Lee Seyeon
더 많은 화보와 인터뷰는 <데이즈드> 5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Check out for more of our articles and editorials in DAZED KOREA May print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