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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컬러 가드너스 재킷은 디올 맨(Dior Men).
브러시드 페인팅 오버사이즈 셔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블랙 팬츠와 레이어링한 네크리스는 모두 베르너의 것, 슈즈는 에디터의 것.
백인우가 입은 핑크 컬러 가드너스 재킷과 팬츠는 디올 맨(Dior Men), 이너로 입은 톱은 에디터의 것.
베르너가 입은 브러시드 페인팅 오버사이즈 셔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블랙 팬츠와 레어어링한 네크리스는 모두 베르너의 것, 슈즈는에디터의 것.
3월 29일 영화 <여덟 번째 감각>이 국내 개봉했어요.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백인우 트라우마가 있는 복학생 ‘재원’과 상경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생 ‘지현’이라는 캐릭터의 관계성을 다룬 영화입니다.
BL 장르예요.
베르너 두 플레시스(이하 베르너) BL 장르에 저희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저희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BL 장르에 맞추고 싶었어요. 특히 메인 캐릭터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게 서사를 집어넣었습니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또 아시아 문화권에서 쉽게 얘기되지 않는 우울증과 트라우마와 같은 주제도 다루고 싶었습니다.
어항에 갇힌 물고기와 심리상담센터에 있는 재원의 모습으로 영화가 시작돼요.
베르너 오프닝 신scene 자체가 전체 시리즈의 메타포예요. 왜냐하면 물고기들은 어항에 갇혀 있고, 재원도 어떻게 보면 어딘가에 갇혀 있는 존재거든요.
정신적 스트레스와 심리적 불안감으로 뒤엉킨 현대인의 모습이 보였어요.
백인우 우리나라는 우울증 같은 주제를 왜 다루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을 시작으로 이 장면을 구상했어요. 저도 우리나라에서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해 봤지만, 약국이라는 느낌밖에 들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희 작품에서는 해외처럼 소파에 앉아 편하게 상담하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기존에 나온 BL작품과 달리<여덟 번째 감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건 무엇인가요.
백인우 퀄리티. 의상, 사운드트랙, 미술 등 모든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베르너 BL이라는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집중한 노력이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미술, 조명, 촬영 등 모든 부분을 연결해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백인우 스토리에 필요한 내용이라면 기존 BL 장르에서 금기시되는 내용도 넣었습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의 전 여자친구에 관한 내용이 있겠네요.
<여덟 번째 감각>은 오감, 육감을 넘어 새로운 감각을 일컫는 의미로 해석돼요. 제목을 통해 암시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나요.
베르너 숫자 8을 90도로 돌리면 무한대 기호로 변해요. 저희는 제목을 통해 여덟 번째 감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대의 감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친구, 사랑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등 모든 관계와 사람의 감각은 무한하다는 의미를 담았죠. 즉 타인과 소통하면서 느끼는 감각과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각을제목에서 느낄 수 있도록 의도한 것입니다.
백인우 사실 GV에서도 많은 분이 물어본 질문이에요. 무한대 기호가 핵심입니다.(웃음)
<여덟 번째 감각>은 서핑 동아리를 통해 이야기가 더욱 극적으로 전개되죠.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는 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할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베르너 인생을 관통하는 가장 좋은 메타포가 바다라고 생각했어요. 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처럼 인생도 일관되지 않잖아요. 그리고 인생은 바다처럼 깊이 들어갈수록 그곳에는 무엇이 있는지 모르잖아요.
백인우 <박쥐>, <아가씨> 의상을 담당한 김은영 의상감독이 영화 의상을 맡아줬어요. 지현이 입은 서핑복도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제작해 메타포를넣을 정도로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재원은 지현에게 자신의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지현은 재원의 말을 캐묻지 않고 경청해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들이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는 점이에요.
백인우 재원의 경우 상담사에게조차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아요. 동생의 죽음 이후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어요. 사실 이건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메타포예요. 우리 사회가 참사로 인한 희생자 또는 그 가족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듣고 있는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어요. 결국 지현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회의 역할을 한 거예요.
“형, 우리 잘될까요?” “해봐야 알지. 두려워?” “조금.” “두렵더라도 뭐든 해봐야 어떻 게 되는지 알 수 있잖아. 같이 해보자. 두렵더라도.” 엔딩 신은 재원과 지현이 함께 터널을 빠져나오면서 나누는 대화로 마무리돼요. 어떤 고민 끝에 엔딩이 완성되었나요.
백인우 엔딩 신의 대사가 결국 작품의 핵심 메시지 같아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망설이거나 두려워하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였어요. 재원과 지현의 관계성에서는 재원이 상당히 리드하는 장면이에요. 이를 통해 재원이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개인적으로 엔딩 신 대사를 가장 좋아해요.
백인우 저희 어머니도 그래요. 사실 엔딩 신 대사는 어머니와 나눈 대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어머니가 연애를 안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어머니께 “엄마, 이제 연애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왜 연애를 두려워 해?” 라고 물은 것이 엔딩 대사로 쓰이게 되었네요.
베르너 저는 바닷가 키스 신에서 “형, 트라우마 안겨주려고요”라는 지현의 대사를 가장 좋아해요. 이 대사가 지현이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 역할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의 모든 장면이 소중하겠지만, 가장 애정하는 장면이 있나요.
백인우 준표가 지현의 휴대폰을 빼앗아 재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훔쳐보는 장면. 지현이 재원을 좋아한다는 걸 준표가 알게 되는 순간이죠. 사실 이 장면은 10대 성소수자에 대한 배척을 줄이기 위한 ‘It gets better’ 캠페인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정체성의 혼란이 있어도 항상 용기를 잃지 않고,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촬영했어요. 그리고 해당 장면은 계단에서 촬영했어요. 개인적으로 계단은 쉼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계단에선 앉아서 쉴 수 있잖아요. 결국 너희에게는 쉬어갈 공간이 있고,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베르너 영화 중반에 둘이 한강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재원이 지현을 택시 태워 보내는 장면이 있어요. 지현이 택시를 타기 직전 재원이 지현을 바라보는 짧은 순간, 전 그 장면을 가장 좋아합니다. 재원이 왜 혼란을느끼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데 자세한 이유는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지현을 바라보는 재원의 눈빛을 보면 그 이유를 해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각본과 연출을 공동 작업했고, 백인우 감독은 기획을, 베르너 두 플레시스 감독은 편집을 추가로 맡았어요. 서로를 보완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작업 방식이 궁금해요.
베르너 저희는 서로 성향이 정반대예요. 저는 사교성이 부족하고 예술적인 걸 추구하는 반면, 백인우 감독은 사교성이 좋고 상업적인 걸 추구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밸런스가 잘 잡히는 것 같아요.
백인우 저는 PD 출신이고, 베르너 감독은 연출을 전공했어요. 베르너 감독은 조명 색감에도 디테일하게 메타포를 넣을 정도로 연출 능력이 뛰어나요. 그리고서로 영향을 받은 감독을 봐도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어요. 저는 이와이 슌지 감독에게, 베르너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게 영향을 받습니다.(웃음)
주인공 역을 맡은 임지섭, 오준택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돋보였어요. 그들을 어떻게 캐스팅했는지 궁금해요. 오디션을 봤는지, 아니면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가.
백인우 지현을 연기한 준택 배우는 가로수길에서 우연히 발견했어요. 그때가 코로 나19 시국이어서 준택 배우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도 한눈에 딱 들어왔어요. 그 자리에서 바로 캐스팅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500명 넘게 오디션을 봤는데, 우연히도 재원을 연기한 지섭 배우 바로 다음 순서가 준택 배우였어요. 5차 오디션까지 이어졌는데 그때가 1차 오디션이었죠. 그 자리에서 둘을 붙여보니 합이 좋았고, 이후 5차 오디션까지 가도 그 둘의 케미스트리를 뛰어넘는 조합은 없더라고요. 운명처럼 다가온 것 같아요.
<여덟 번째 감각>은 30분 분량의 10부작 드라마 시리즈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국내에선 120분 분량의 영화로 개봉했어요. 분명 분량을 확 압축한 것일 터. 못 보여 준 장면이 많을 것 같은데 아쉬움은 없나요.
베르너 해외에서는 드라마로 공개되었고, 너무 감사하게도 호평을 많이 받고 있어요. 다만, 한국에서는 드라마 분량을 영화로 압축해 개봉했기 때문에 편집이 끊기는 등 불친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이 매우 아쉽습니다. 한국에서도 꼭 드라마 버전을 공개할 겁니다.
끝으로, 못다 한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백인우 드라마에 나오는 핵심 대사인데요, 두려워하지 말고 꼴리는 대로 살면 좋겠습니다.
베르너 BL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은 감독의 연출 의도와 캐릭터의 행동을 분석해요. 저는 이런 점이 너무 행복합니다. BL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싶습니다. 저는 BL 팬들이 높이 평가받아야 하는 관객층이라고 생각합니다.
Editor Marco Kim
Photography Noh Seungyoon
Art Ha Suim
Hair & Makeup Choi Kyu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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