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rny Honey DEW KIM
반갑습니다. <데이즈드> 코리아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설치미술과 영상, 퍼포먼스 작업을 하는 듀킴입니다. 대중문화와 서브컬처, 퀴어와 종교, 그리고 정상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배제된 것에 관심 을 두고 작업하고 있어요.
<데이즈드> 코리아와 인연이 있다고.
2011년 <데이즈드>와 그롤쉬의 코스터 제작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이 작게 실린 적이 있어요. 창간호부터 꾸준히 구매해 읽은 매거진이기도 하고요. 10년이 지 나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인연으로 이어졌네요.
대구미술관에서 진행한
종교는 전통의 한 갈래이기도 하고, 특히나 서구 종교와 퀴어는 평행선을 달린다는 시선이 팽배합니다. 전통성에 반항하는 것이 작업의 주제인데, 서로 반反하는 것처럼 보이는 종교와 퀴어를 언어로 함께 사용하는 개념은 어디에서 출발하게 됐는지.
저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아버지가 목사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전 제 정체성을 알고 있었고요. 이 부분은 성장 과정과 삶에서 지속적으로 충돌 하는 지점이었습니다. 퀴어와 종교는 충돌하지만, 사실 닮은 점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디서든 종교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 예가 대중 문화와 K-팝, 소셜미디어고요.
K-팝에서 찾은 종교성은 무엇일까요.
K-팝을 매개로 재생산되는 팬 문화는 굉장히 컬트적이에요. 종교는 컬트를 만 들어내잖아요.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것 또한 종교와 유사한 점 입니다. 선악의 이분법을 부정하는 서사의 아이돌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많아요. 종교에서 인류와 예술을 소비하는 방식 또한 K-팝 팬들이 아이돌을 소비하는 방 식과 유사합니다. 아이돌Idol. 종교에서도 아이돌은 만들어지는 것이잖아요. 요즘에는 ‘엔딩 요정’에 대한 작업을 하는데, 이 엔딩 요정도 다분히 종교성을 띤다 고 생각합니다. 예수의 부활 신scene과 굉장히 유사해요. 서퍼링suffering 이후 마지막에 찾아오는 숭고함, 숨을 참으며 노래하고 춤춘 후 고통을 숨긴 채 평 온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섹슈얼하기도 하고요.
마찬가지로 K-팝 범주 안에서 대중성과 소수성 또한 평행선을 그립니다. K-팝을 작업 언어로 선택한 이유 또한 궁금합니다.
영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저의 정체성에 대한 작업을 했었고, 주로 물질적인 것 으로 표현했어요. 한 번은 크리틱 도중 몸의 언어를 통한 작업으로 정체성을 표현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무엇이 있을까 고민했고, 그게 바로 K-팝 안무였어요. 저는 춤추는 것을 좋아해요.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하는 행위, 나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행위가 K-팝 안무라고 생각했고, 남자로서 걸 그룹 안무를 하는 것 자체가 젠더의 바운더리를 깨는 개념이었죠. 일반적으로 K-팝에서 보이 그룹과 걸 그룹의 경계는 뚜렷하고, 두 그룹의 이미지가 명료 하기 때문에 안무나 애티튜드 또한 대비됩니다. 이런 지점은 대중문화에도 고스란히 나타나요. 하지만 현재 K-팝에서는 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드래그 퀸이 나오기도 하며, 남성 댄서들이 보깅을 추기도 하는 등 변화가 있어요. 대중문화는 이분법적 세상을 그려내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퀴어를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죠. 대중 입장에서 정말 흥미로운 지점이에요. 그래서 K-팝을 더욱 좋아합니다.
샤머니즘은 주술과 의식, 즉 행위로 완성되는데, 작가님이 발견한 K-팝의 주술적 행위는 무엇일까요. 또 이를 차용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2세대에서 3세대에 걸친 걸 그룹 콘셉트의 특징 중 하나는, 이들이 소원을 빌어 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여성이 무언가를 들어줘야 한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고요. 이는 한국의 샤먼 여성, 즉 무당의 역할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신비로운 동시에 소원을 빌어주는 존재인 거죠. 대중문화에서 소녀, 즉 ‘걸girl’이라는 존재에 투영하는 이미지가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 봤 던 만화 <세일러 문>, <웨딩피치> 등의 마법 소녀에서 걸 그룹으로 대체된 느낌 도 있고요. 걸 그룹이 대중에 소비되는 방식과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모두 흥미로웠습니다. <춤을 추는 것처럼> 속 손동작은 모두 걸 그룹들의 실제 안무예요. 불교의 수인手印에 대한 이야기로 트와이스의 ‘TT’, 우주소녀의 ‘이루 리’, 아이브의 ‘Lovedive’ 등 여러 안무가 모여 소원이 되는 모습입니다. K-팝에 는 손동작을 중심으로 한 걸 그룹 안무가 굉장히 많아요. 종교에서도 손은 중요 한 상징성을 지닙니다. 일례로 신과 소통할 때 손으로 이행하는 제스처가 중요 하고 또 주술적이잖아요. 이런 유사성을 연결하는 작업을 해봤습니다.
어릴 적 꿈이 걸 그룹이었다고 했습니다. ‘듀킴’, ‘허니듀’, ‘호니허니듀’라는 페르소나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꿈을 이룬 게 아닐까 싶은데요, 이들은 사실 작가님의 단면인가요? 작업을 관통하는 주제가 사회에 대한 메시지인지, 혹은 자전적 모티브인지 묻고 싶습니다.
듀킴, 허니듀라는 작가명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호니허니듀는 제가 만든 아이돌 이름이고요. 허니듀라는 이름으로는 듀킴으로서 풀어내기 어려운 섹슈얼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나를 표현하는 작업을 주로 하지만, 이름을 걸고 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있잖아요. 익명성을 가진 페르소나를 만든 것과 같아요. 이 자체가 수면 위로 드러내기 어려운 제 이야기를 사회에 화두로 던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에요. 저는 작업을 통해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저만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해요.
페르소나들의 이름에 담긴 의미도 궁금합니다.
‘듀’라는 단어 자체에 큰 의미는 없어요. 제 이름에 두Dou가 있는데, 부르기 편 하게 영어 이름을 듀Dew라고 지은 거죠. 허니듀는 과일 이름인데, 과일보다 유명해질 수 없잖아요. 인터넷 검색을 하기 어렵도록 지은 이름입니다. 호니허니 듀는 허니듀라는 활동명을 지은 후에 만든 페르소나예요. 호니Horny, 성적인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고, 허니Honey, 달콤하기도 하죠. 작업을 위해 만든 이 페르소나들 또한 나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잖아요. 호니하기도, 또 허니하기도 한 입체적인 캐릭터들입니다.
비주얼이 굉장히 화려해요. 아이돌 무대를 연상시킵니다. 의도한 건지. 이러한 색감, 재질 등 작업의 물성까지 시각언어로서 의미를 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뮤직비디오 포맷으로 작업을 한 적이 있어요. 비디오 감독, 의상 디자이너, 헤어 스타일리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각 포지션에 맞는 인력을 섭외하고 콘셉트를 잡았어요. 제가 디렉터가 되어 앨범을 만든다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디렉터는 세계관을 만드는 작업을 해요.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제 작업들은 제가 디렉터로서 구축한 세계관안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합니다. 이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시각적 요소가 중요하죠. 화려하고, 어떨 때는 장식적이기도 하고, 팝스러운 컬러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의도한 것이기도 하지만, 저라는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부분도 있겠죠. 욕망의 분출이에요. 욕망을 풀어내려면 화려해야죠.(웃음)
또다시 매체에 대한 질문입니다. 금속공예와 조소를 공부했지만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뮤직비디오와 음반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것 또한 눈에 띄는 지점이에요. 다채로운 작업 방식은 무엇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지.
금속공예를 전공한 후, 사실은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패션 디자인이 아닌 파인아트를 선택하게 된 건 다양한 것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포괄적인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모든 종류의 작업을 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한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의 포맷이 이에 잘 부합하는 매체예요. 패션, 음악, 퍼포먼스, 설치미술, 거기다 컴퓨터그래픽까지. 제가 하고 싶었던 모든 것 이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전시나 작업에 대한 것도 좋고 추상적인 것도, 궁극적인 목표도 좋습니다.
올해 갤러리와 대안 공간에서 각각 개인전을 엽니다. 뉴욕에서 3개월간 레지던시 생활을 할 계획이고요. 근래 전시를 자주 했고, 끊임없이 쏟아내기만 하는 생산자의 삶을 살아왔기에 다시 담아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레지던시에 가면 리서치를 많이 해보는 것이 단기 목표예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다 보니 나만의 매체가 없어요. 저에게 잘 맞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매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해보는 것이 또 다른 목표입니다. 장기 목표는 세울 수가 없네요. 작가라는 직업이 사실(웃음) 늘 위태로운 직업이잖아요.
마지막으로, 협업하고 싶은 K-팝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이 자리를 빌려 러브콜을 보내주세요.
아, 어떡해. 레드벨벳이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아티스트입니다. 걸 그룹 전성시대잖아요. 다양한 걸 그룹의 음악을 즐겨 듣고 좋아하지만, 여전히 레드 벨벳을 가장 좋아합니다. 레드벨벳의 콘셉트 또한 종교성을 띠고, 그들만의 카오스적 세계관이 있거든요. 두 가지 면, 레드와 벨벳이 있지만 이들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혼재된 카오틱한 감수성을 좋아합니다. 협업을 한다면 레드벨벳과 하고 싶습니다.
Text & Art Kang Joo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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