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모든 것은 시뮬레이션됐을 수 있다. 한소희라는 시대의 매개체가 조나단 앤더슨의 첫 디올 여성 룩과 남성 룩을 입고 이를 증명한다. 다정한 사람이라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배우는 사람이라고, 필요한 사람이라고, 수용하는 사람이라고,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시뮬레이션? 그조차 결국 스스로 창조하는 거라고.

INSIDE THE SIMULATION

Text 김소연


파이핑 디테일의 화이트 코튼 포플린 맨 셔츠와 실크 새틴 맨 스카프는 디올(Dior).


레더 칼라의 맨 트렌치코트와 화이트 코튼 포플린 맨 셔츠, 지퍼 포켓의 맨 카고 팬츠, 그린 러버솔 레이스업 맨 부츠는 모두 디올(Dior).


트위드 재킷과 트위드 미니스커트, 슬링백, 비즈 장식의 레이디 디올 백은 모두 디올(Dior).


피크트라펠 헤링본 맨 재킷과 블랙 울 캔버스 맨 팬츠는 디올(Dior).

 

2025년 12월 15일(촬영일 기준), 한 해가 다 갔네요. 벌써인가요? 아직인가요?
벌써에 가깝죠. 열심히 준비한 팬 미팅을 끝내고 눈을 뜨니 어느새 12월. 영화 〈인턴〉 촬영도 3일 전에 끝나고. 벌써 저도… 하하.

내년 1월 21일 개봉하는 영화 〈프로젝트 Y〉도 있죠.
어떤 욕망을 쫓다 잘못임을 깨닫고 다시 인간답게 살아가려고 분투하는 내용이에요. 소재가 조금 무거워 보일 수 있는데, 의외로 가볍게 즐기며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고요.

이 어려운 시기에 극장 개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봐요.
그쵸?

첫 상업영화잖아요.
내년에 영화 두 편을 개봉해요. 영화 개봉은 느낌이 많이 다르긴 해요.

영화로도 스펙트럼을 넓혔으니 앞으로는 만나기 더 어려운 배우가 될 것 같아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하하.

...

이런 경계를 허무는 자유로움. 인간으로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제가 생각하는 자유는 행복과 직결된다고 봐요. 자유가 억압되다 보면 결국에는 행복도 억압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유란 무엇인가 많이 생각하셨다고 하는데, 저는 최근에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하면서 ‘왜’라는 의문을 많이 붙여요. 그러니까 내가 왜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나 지금 행복하지 않은가, 그럼 행복이 뭐지, 이렇게 말이죠.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결국 행복이란 게 굉장히 사소한 것들이거든요.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제겐 행복이에요. 언제 누군가에게, 잘 모르는 사람 누군가에게 이렇게 또 제 이야기를 하겠어요? 이것도 제겐 행복이니까 자유거든요. 이런 기준안에서 자유를 찾아야 한다고 저 스스로 타협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의외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더라고요. 

...

조나단 앤더슨을 언젠가 만나게 되면 무얼 물어보고 싶어요? 두 분이 좋은 유대감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개인적인 걸 물어봐도 될까요. 저는 감정을 창출하는 사람이고, 그분도 옷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시니까 엄청 슬플 때 만들고 싶은 옷이 뭔지 물어보고 싶어요.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억지로 뭔가를 배출해내야 한다면 무얼 만드실래요? 하고요.

중요한 걸 깜박했어요. 무려 2026년하고도 1월호 커버 촬영이니까, 새해 소망.
사실 건강이 정말 많이 안 좋아졌었어요. 20대 때는 어떻게든 정신력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그게 잘 안 되니까 스스로에게 화가 나더라고요. 저는 에너지를 제대로 분출해야 카메라에도 담기는데, 그럴 힘조차 없을 때는 더 답답해지고요. 그래서 정말 내년에는 건강이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생각한 것은 지키려고 할 거라고 믿어요.
전 지금부터 30대, 40대, 50대 그 이후의 시간까지 생각하는 편이에요. 보여 주고 싶은 게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요. 늘 최악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해야하니까요. 방탄유리조차 깨질 때를 대비하는 것처럼요.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새해 소망은 너무 아스러지지 않게 조금은 저를 견고하게 다져놓는 게 늘 새해 소망이었어요. 이건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어요. 내년엔 좀 더 견고해지고, 좀 덜 다치고, 좀 더 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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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 IGNIS LEE
director BANG HOKWANG(BANG)
editor KIM SOYEON(KIM)
fashion CHO BOMIN
photography GO WONTAE
art KIM SEONGJAE(WISH)
hair HAN SUHWA
make-up KANG YEWON
nail LEE JIHEE
set KWON DOHYUNG at ONDOH
assistant PYO KIRYEONG(TIA), LEE YUNSEUNG(TORI)

 

Discover more in <DAZED> KOREA JANUARY 2026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