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패턴화되지 않은 패턴

2018 F/W PATTERN

Text Min Ji Kim

 

 

2018 F/W 시즌은 ‘패턴’ 대전이다. 애니멀 패턴, 체크 패턴, 복 고풍 프린트 패턴, 로고 패턴, 이 모든 것을 한데 섞은 패턴 블록까지···. 눈이 아찔할 지경이다. 우선 발렌시아가 컬렉션에 등장한 두 가지 패턴이 눈에 들어온다. ‘레오퍼드’와 ‘복고풍 실 크프린트’. 유니섹스와 젠더리스의 유행에 합류한 발렌시아가는 남성복과 여성복 컬렉션을 한날 같은 곳에서 보여줬고, 초미니드레스를 입은 여자 모델과 액체 괴물 같은 남자 모델이 차례로 걸어 나왔다. 그들 중 누군가는 빈티지 패턴의 실크 스카프로 얼굴을 감싼 채 등장했고, 누군가는 지브라 패턴의 재킷, 페이크퍼로 된 동물 무늬 안감이 돋보이는 파카를 입고 등장했다. 빈티지 패턴의 스카프를 목에 걸고 지브라 패턴의 스타킹 부츠를 신기도 했다. 그런 패턴끼리의 충돌은 생경하고도 잘 어울렸다. 한창 물오른 발렌시아가의 이름표 때문인지 아주 위력적으로 보였다.

2018 F/W 런웨이는 그야말로 야생이었다. 캘빈 클라인, 애슐리 윌리엄스, 돌체앤가바나, 막스마라, 발렌시아가, 빅토리아 베컴, 톰 포드 등 성격과 스타일이 다른 여러 컬렉션에서 애니멀 프린트를 선보였으니 말이다. 본디 애니멀 프린트는 섹슈얼한 스타일의 상징이었다. 그 기대에 걸맞게 톰 포드는 언제나처럼 농염했다. 네온 컬러의 호피 무늬 미니드레스에 같은 패턴의 스타킹, 슈즈, 가방까지. 막스마라 컬렉션에서는 우아한 코트나 엘레 강스한 드레스에 동물 무늬를 조합했고, 실용적인 작업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캘빈 클라인 컬렉션은 두툼한 코트, 헤드 기어 까지 호피 무늬가 점령하면서 스트리트 무드와 조화를 이뤘다. 호랑이부터 얼룩말, 뱀까지 디자이너들은 이 모든 것과 사랑에 빠졌고, 그 표현도 다채로웠다. 동물 무늬의 아름다움은 그들의 대담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옷에 흡수될 수 있는 ‘중간’의 역할까지 도맡았다. 화끈한 평원의 표범이 고상한 소파 위에도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다.

빈티지 프린트 패턴도 마찬가지. 런웨이에는 할머니 옷 장에서 튀어나온 듯한 빈티지 스카프를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여인이 즐비했다. 고전적 낭만으로 몸을 감싼 살바토레 페라가 모의 여인과 현대적 패턴에 실크 스카프를 믹스 매치한 마린 세 르의 여인은 패턴에 대한 디자이너의 서로 다른 해석을 극명하 게 드러낸다. 심지어 마린 세르의 실크프린트는 모두 빈티지 의 류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니, 다소 사이버틱한 마린 세르 컬렉션에 이토록 잘 어울리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엘리자베스 여왕 의 프런트로 등장으로 화제가 된 리처드 퀸 컬렉션은 화려한 무늬의 스카프 여러 장으로 모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드레이핑 한 옷을 선보였다. 여왕이 실크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는 데서 영감을 받아 그녀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재해석한 것이다. 리처드퀸뿐 아니라 토가, 구찌, 베르사체, 모스키노에서도 이번 시즌 자신들의 독창적이고 복고적인 프린트를 각자의 해석으로 담아냈다. 그것들은 원피스와 스커트가 되기도, 재킷과 팬츠가 되기도 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패턴의 질주가 이전의 패턴 사용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애니멀 패턴은 섹슈얼하고, 빈티지 패턴은 고전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동시대적 해석을 곁들였다는 것이다. 할머니의 빈티지 실크 스카프, 오래전 구입한 호피무늬셔츠, 새롭게 구입한 복고풍 실크 드레스, 이모든것은 당신의 옷장에서 아주 창조적인 어떤 것이 될 수 있다. ‘전형’ 을 벗어난 패턴의 ‘활용’, 이게 바로 이번 시즌의 패턴화되지 않는 애티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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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화보는 <데이즈드> 2018 10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