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전 세계 젊은 세대의 첫 번째 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1st’를 주제로 올해 밀란 디자인 위크에 참여했다. 뭐랄까, 아주 동시대적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는 더욱 힘들어졌다. 살만한 집을 구하는 건 모든 이에게 쉽지 않다. 특히 자금이 넉넉지 않은 젊은 세대는 더 그럴 거다. 그 부분에 집중했다. 이번 행사는 어떤 해결책이 담긴 쇼케이스라기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니즈와 꿈, 염원을 담은 일종의 이케아 전시회다.
‘더 나은 미래’라는 표현이 귀에 박힌다. 팍팍한 현실을 생각하니 오히려 낭만적으로 들릴 정도다.
이케아는 더 좋은 미래를 위해 변화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당신 말마따나 더 나은 미래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미래를 바꾸는 것 또한 지금, 그리고 다음 세대의 몫이다. 우리는 그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고, 그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싶다.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의 1인 가구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그 변화가 이케아의 방향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하다.
새로운 세대는 언제나 이케아 디자인의 영감이 된다.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지금 젊은 세대는 기능보다 감성을 더 중요시 한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보통 제품을 개발할 때 기능성과 가격에 초점을 맞추기 쉬운데, 집이라는 공간이 품은 감성을 놓치면 안 된다. 단적인 예로 식물을 들 수 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식물은 매우 중요한 존재인 것으로 파악된다. 자신이 돌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테리어 요소로 자리한다. 또 하나 특징적 요소로 집을 쉼과 일터의 공간 두 가지로 삼는 경우가 확연히 늘고 있다. 우리는 그 부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제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팬데믹이라는 시대의 큰 획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맞다. 특히 유럽의 경우 팬데믹 기간에는 모든 사람이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 시기 사람들은 힘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집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집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팬데믹 이전보다 많이 늘었고.
처음 이 공간에 들어서서, 아니 입구에서부터 좀 놀랐다. 친한 친구 집에 온 것 같기도 하고 거대한 이케아 매장 같기도 하다. 올해 방문한 디자인 위크 행사장 중 가장 젊고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이토록 쿨하고 스타일리시한 브랜드였다니!
우리도 이 공간을 좋아한다. 마치 오래된 공장 같지 않나. 이케아는 늘 공장, 생산 라인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간다.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반복을 싫어한다.(웃음) 작년 디자인 위크와 전혀 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다. 아주 사소한 것 까지 전부 새롭게 디자인해 공간을 구성했다. 한가운데에 사람들의 상호작용을 위해 거대한 센터피스를 뒀다. 많은 사람이 이케아를 생각하면 쇼룸이라고 불리는 가상의 방 안을 보기 좋게 완벽히 장악한 정적인 가구를 떠올리지 않나. ‘이케아 가구가 입체적으로 막 움직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을 담았다. 멈춰 있지 않은 채 모든 것이 유동적일 수 있도록.
공간 앞을 꽉 채운 거대한 파사드 형태의 구조물도 멋지다. 그 자체로 설치물이자 이케아 매장을 상징하는 쇼룸이며, 각종 이벤트가 열리는 무대로 활용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건축가 하스이케 미도리Hasuike Midori, 공간 디자이너 에메르존Emerzon과 함께 디자인에 참여했다. 뭐랄까, 연극이나 영화처럼 시노그래피적인 것을 선보이고 싶었다. 가상이라도 현실에 가까운 인상을 심어주는 것 말이다.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관람객들로 하여금 그 공간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데이즈드> UK와의 협업 소식도 신선하다. <카탈로그!!!>라는 이름의 매거진을 만 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지. 당신은 <데이즈드> 코리아에서 온 사람이니까.(웃 음) 데이즈드 미디어의 제퍼슨 핵과 런던에서 우연히 만났다. 내가 매월 둘째 주는 런던에서 근무를 하거든. 우리는 집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하 면 젊은 세대가 금전적 부담을 줄이면서 아늑하고 편안하고 좋은 집에 살 수 있을지 그런 러프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이케아와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데이즈드>의 패션 스토리텔링이 뒤섞인 이야기까지 오갔다. <카탈로그!!!>도 그렇게 시작됐다. 그와 대화하던 중 우리 모두 1999~2000년 즈음의 ‘이케아 카탈로그’에 담긴 미학을 좋아하고 그리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시절 이케아 카탈로그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에 <데이즈드>만의 새로운 관점을 더하는 방식으로 협업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 자체가 즐거웠으니 더 그런 것 같다.
개인의 집 혹은 라이프스타일과 그 사람의 패션스타일은 얼마큼,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나.
글쎄. 한마디로 단언하기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패션 스타일과 집의 스타일이 완전히 같을 수도, 완전히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 다만 그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변할수록 그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스니커즈를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의 방에 수집한 스니커즈를 인테리어처럼 펼쳐 보이거나 로프를 두르는 등 패션 아이템을 인테리어에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현상이 매우 흥미로워 보인다.
한국에서 집은 홈home이라기보다는 투자를 위한 수단에 가깝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유럽은 좀 다른 것 같다.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내게 집은 일종의 안식처다. 오로지 쉴 수 있는 곳. 사랑하 는 가족을 품는 곳. 나는 1년 평균 150일 이상을 집이 아닌 출장지에서 머물기 때 문에 집에 있을 땐 가족과 소소한 일상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집에서 너무 많은 일이 벌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웃음)
당신의 말을 듣자니 그런 생각이 든다. 말 그대로 집은 집이라서 아무렇지도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긴 출장 중 문득 생각한다. ‘내 집 지금 잘 있나?’ 집이란 그런 존재인 것 같기도 하다.
출장지에서 집이 그립거나 생각날 땐 음악이 큰 역할을 하더라. 아무리 낯선 곳에 혼자 있어도 평소 집에서 즐겨 듣는 음악을 틀어놓으면 그 공간의 성질과 감정이 변화한다. 익숙해진다. 집은 개개인의 모든 것을 그대로 담는 공간이다. 취향과 체취와 저마다의 스토리와 추억까지 전부 다. 생각해 보면 내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건 전부 다 집에 있지 않나. 그게 집인 것 같다.
좋다. 요즘 유럽의 젊은 세대에게 빈티지 이케아를 수집하는 게 유행이라고 들었다. 누군가가 상기된 마음으로 자신의 첫 집을 꾸민다고 상상해 달라. 그에게 필요한 팁을 알려 달라. 당신은 전문가니까.
자신이 진짜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길 바란다. 단순한 호기심이나 유행을 따라 구입한 가구, 소품은 금방 질려버린다. 그런 제품은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없다. 타인의 가치관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눈과 취향을 믿는 게 낫다. 내 눈에 좋아 보이는 것, 시간이 흘러도 지겹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 적어도 나는 그런 기준으로 가구를 고른다.
한국에선 소위 ‘이케아 vs. 아이케아’ 논쟁이 있다. 논쟁을 종결할 수 있는 사람이 마침 당신인 것 같다.
하하. 재밌다. 내가 알기로 나라마다 억양과 강세, 발음이 전부 다른 것으로 안다. 여기 이탈리아는 또 다르게 발음하던데, 프랑스에서는 ‘이케아(↗)’ 하고 끝을 올린다. 스웨덴에서는 ‘이케아(↘)’라고 끝을 내리기도 한다. 아일랜드는 ‘아이키아’라고 하더라. ‘이끼아’라고 하 는 곳도 있고. 뭐든 상관없다. 어차피 다 같은 ‘IKEA’니까. 러블리!
Text 지웅(Jiwoong, 최지웅)
Art 세라(Sarah, 최연경)
©Ik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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