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람. 뗄 수 없는 애증의 관계. 이를 입체화해 표현하는 미세 서울의 이야기.

misé seoul

자기소개 부탁한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 sgenyn(스제닌)이다. 사진, 영상, 설치, 일러스트 등의 시각예술을 나의 시선으로 표현한다. 감정과 같은 무형의 것으로부터 입체를 만들며, 주로 사랑과 순수를 사유한다. 열망이 잠식된 후 찾아오는 혼란과 우울, 고독, 허망 등의 잔존 파편에 집중하기도. 최근 미세misé의 모든 시각적 창작물은 소리 없는 음악 형태다.

 

미세 서울misé seoul, 어떤 의미인가.

특별한 의미는 없으나 평소 낱말이나 글자가 주는 인상에 집중하는 편이다. 특정 심상에 방해받지 않는 범위에서 친근하면서도 낯선 글자의 조합을 원했고, 고심 끝에 ‘미+세’라고 불렀다. misé는 sgenyn과 마찬가지로 소문자로 표기하며 서울에서 활동하기에 끝에 seoul을 붙였다.

 

하트 형태가 많이 보인다. 특별히 애착이 있나.

사랑을 의미해 애착이 가기도 하지만, 그 형태를 그리거나 만들면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조형적으로도 아름답다고 

 

보통 하트하면 빨강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왜 검정과 철 소재를 선택했나.

각자 받아들이는 사랑의 형태가 다르지 않나. 이는 철이 지닌 단단하지만 유연하고 열에 녹는 성질이 반영된 결과다. 모든 색을 함축한 검정은 내가 가장 안정 감을 느끼는 색상이다.

 

구멍을 뚫거나 쇠사슬을 감아놓았다. 무엇을 의미하나.

타거나 녹아버린 마음. 허망과 상실. 이 모든 게 사랑에서 나온 감정이다. 자유로운 동시에 속박되는.

 

문득 물어보고 싶다.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세계를 구성하는 근원적 요소. 만물의 씨앗.

 

 

최근 컬렉션 ‘In my room’을 공개했다. 곧이어 새로운 컬렉션도 나온다고 하는데.

정규 컬렉션은 001부터 004까지 1년에 총 네 번 전개하며, 그 외에는 캡슐 컬렉션으로 진행한다. 어찌 보면 앨범 발매 형식과 비슷하다. 정규 앨범과 EP, 미니 앨범 등. ‘In my room’은 신년을 맞이해 season’s greeting으로 진행했다. 여기서 room은 방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나의 세계, 은신과 쉼의 장소이기도 하다. 익숙한 공간에서 새해를 맞이할 누군가를 상상하며 친구 호롱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했다. 1월 중 발표하는 정규 컬렉션은 ‘nostalgic memories’ 를 주제로 아트 피스와 제품을 함께 전개할 예정이다.

 

컬렉션별 이름이 신선하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주로 일상생활에서 동생과 나누는 대화. 어릴 적 보고 자란 마법 소녀물의 영향도 있겠다.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의 필모그래피, 음악과 문학도. <데이즈드> 같은 패션 매거진을 통해 최신 경향을 읽기도 하고, 동시대 작가들에게서 용기와 희망을 얻기도 한다. 한 갈래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전개하려고 내 마음을 차근히 따라가고 있다.

 

제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하는가.

기획과 제작, 촬영, 편집을 직접 하고있어 몇 명 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그림을 그릴 때는 사진 작업과 제품 제작은 멈춘다. 하나를 온전히 끝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 제품 제작 시에는 주제에 어울릴 만한 펜던트를 대략 구상하고 포토샵 프로그램처럼 재료와 도구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둔 후, 혼합과 배치를 반복하며 형태를 다듬어간다. 작업을 통해 창작은 오롯이 혼자 하고 있지만,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미세는 주변 친구들의 관심과 도움으로 실현되고 있다. 이에 깊이 감사함을 전한다.

 

컬렉션 이미지 톤이 독특한데, 어떻게 촬영이 진행되는가.

기획, 모델 섭외, 스타일링 및 구체적 계획안 작성, 구성 및 제작, 촬영 및 편집, 공개 순이다. 컬렉션은 표출하고 싶은 것과 서사를 기반으로 전개하고 홈페이지 (miseseoul.kr)를 통해 공개한다.

 

 

에스파, (여자)아이들 전소연, 샤이니 키 등 많은 셀럽이 착용했다. 이는 어떤 의미가 있었나.

평소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아 화보나 앨범 재킷 등을 자주 보는데, 눈여겨보던 스타일리스트 팀에서 미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덩그러니 놓여 있던 물체를 빛나게 만들 수 있는 것. 그게 스타일링이 지닌 힘이라 생각한다. 에스파 카리나가 착용한 초커는 본래 팔찌로 제작한 것이다. 보는 방식을 달리해 새롭게 표현되는 걸 보며 내 안의 한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공들여 제작한 제품이 멋있게 노출될 때의 보람도 컸다.

 

액세서리 외 제작하고 싶은 카테고리가 있나.

음악에 대한 꿈을 품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겐 시각적 작업이 더 자연스러웠고, 여러 가지로 적합했다. 바람은 아트 피스나 조형물을 활용해 뮤지션들과 폭넓은 협업을 진행하고 싶다. 그리고 올해는 아트 컬렉션 라인 misé by sgenyn을 확장하려 한다.

 

<데이즈드> 에디터 중 한 명이 꼭 뜰 브랜드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나.

미세가 존재해야 내가 존재한다. 생존을 위한 분투라고 보면 된다. 그 과정을 긍정적으로 봐줘 감사하다.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할 생각이 있나. 앞으로 계획은.

쇼룸을 운영하며 제품을 소개하고 싶다.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걷다가 마주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나와 미세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2022년이 저물고 2023년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지나온 길의 미비한 점을 보완해 더 나은 미세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

 

Text Park Heeduk

Art Kang Ji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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