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리와 우리의 필연은 오색찬란한 잔상으로 남아.

필연과 잔상


점프슈트와 네크리스는 로에베(Loewe).


셔츠와 레이어링한 네트 니트 톱, 랩스커트, 부츠, 타이, 벨트 브레이슬릿, 링, 스트랩이 돋보이는 삭스는 모두 디올(Dior).


재킷과 레이어링한 링은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레터링 프린트가 특징인 보디슈트와 네크리스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실크 랩 드레스와 재킷, 첼시 부츠, 펜던트 네크리스, 이어링, 링은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데이즈드>를 알고 있었는지.
그럼요. 일본에는 연예인보다 패션업계에 친구가 더 많아요. 이번에 한국에서 <데이즈드>와 촬영한다고 하니까,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보다 부러워하더라고요.(웃음)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단편 <우연과 상상>이 202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지요. 영화를 이루는 세 편의 단편 가운데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에서 인상적인 ‘츠구미’를 연기했어요. 영화의 어떤 지점이 영화인들 을 매료했을까요.
하마구치 감독님의 어떤 강렬한 믿음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에 대한 믿음. 해외 영화제 몇 곳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관객의 반응이 일본과는 사뭇 달라요. 일본 관객은 타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웃음 포인트가 있는 장면에서도 크게 웃지 않고 대체로 조용히 관람을 하세요. 근데 다른 해외 관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재밌는 부분에서는 많이 웃더라고요. 특별했던 건 <우연과 상상>을 보던 관객들은 일본 관객과 글로벌 관객 할 것 없이 손뼉을 치며 웃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영화 안에 세상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즐겁게 느낄 수 있는, 아주 보편적 유머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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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상상> 촬영 일화를 들으면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대사와 언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했어요.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속 장면이 배우의 리허설 모습 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츠구미와 메이코의 택시 신scene을 촬영하기 전(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츠구미와 카즈아키가 만나는 장면을 준비했다는 걸 알았을 때도요.
감독님은 인위적인 연기를 무엇보다 싫어하고, 애드리브도 좋아하지 않으세요. 대사를 집에서 외워 오지 않고 리허설 때 다 같이 몇 시간 동안 대사를 보면서 읽는 것도 알려져 있고요. 저는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이어서 비교적 수월했지만, 처음 출연한 배우들은 불안했다고도 하더라고요. 이게 과연 잘되려나 싶었다고. 그런 심정을 감독님께 토로하는 배우도 있었대요. 그럴 때 감독님이 배우들에게 그러셨대요. 텍스트의 힘을 믿어달라고. <드라이브 마이 카>도 그렇고, 연출하신 모든 작품의 대사는 감독님이 직접 쓰시거든요. 텍스트의 힘을 믿어달라는 말은 감독인 자신을 믿어달라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자기 안에 확신이 있지 않으면 그런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Editor Lee Hyunjun
Fashion Kim Bebe
Photography Kim Yeongjun
Art Kang Joohyun
Hair Lee Enoc
Makeup Lee Bom

더 많은 화보와 기사는 <데이즈드> 8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Check out more of our editorials and articles in DAZED KOREA August print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