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세르는 지금 이 시점, ‘처음’으로 돌아간다. 내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린 세르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에코퓨처리즘은 필수다.

MARINE SERRE’S CORE

2021년 FW 컬렉션 쇼가 열리기 전, 마린 세르가 <데이즈드>에 책을 보내왔다. 책에는 마린 세르가 2017년 론칭 이후 4년간 펼친 퓨처리즘이라 자부한 그들의 활동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번 컬렉션의 이름은 , 즉 '핵심'이다. "지난해는 모두에게 힘든 시기였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져야 한다." 이번 시즌, 마린 세르는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에코-퓨처리즘을 정통으로 앞세워 브랜드의 토대를 되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원단 그대로의 실루엣'이란 모토로 실루엣 역시 재정비했고, 데님은 물론, 스카프, 카펫, 리넨, 레더 등 다양한 소재를 재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에코'와 '퓨처리즘'의 교집합이 마린 세르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그들이 자신의 태초에 집중한 컬렉션을 소개한다. 이하 <데이즈드>와 마린 세르가 나눈 대화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4년이 지났다. 보내온 책을 보니 마린 세르는 지금 이 시점, 어딘가 중간점검을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시즌 다큐멘터리와 책을 제작하기로 한 것은 지난 시즌 브랜드 사상 처음 선보였던 단편 영화 를 공개한 후 결정됐다. 또 이는 마린 세르의 4주년을 기념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기도 했다.

이번엔 이례적으로 책을 인쇄했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

전 세계가 존재의 의미에 의문을 품은 지 벌써 한 해가 지났다. 모두가 사태의 위급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 시점, 나는 마린 세르의 세계관을 올곧이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기가 시기인 만큼, 우리의 세계관은 아포칼립스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했다.

이번 컬렉션의 이름은 Core다. ‘핵심’이라는 의미다.

그렇다, 우리는 마린 세르의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지속가능성과 재생에 기반하는, 마린세르의 토대를 되돌아보기로 한 것. 브랜드 초창기부터 강조해온 에코퓨처리즘을 목표로, 4년 전 실행한 에코 프로세스를 돌이켜봤고 실루엣을 다시 디자인했다. 이렇게 재창조된 이번 컬렉션은 더욱더 편리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겐 훨씬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책정되게끔 노력했다.

많은 노력과 고민이 있었을 터다.

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디자인부터 아틀리에, 개발, 재무, 언론 홍보, 마케팅, 세일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서 간 소통을 강화했다. 또 모든 이가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디자인적으론?

이번 컬렉션은 코어core 실루엣과 원단, 형태, 공정을 안정화하는 작업이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Core 컬렉션은 아마 3~4년 안에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팬데믹과 관련해 이번 컬렉션은 회고와 반성을 의미한다. 매 시즌 패션에 요구되는 새로움에 반기를 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일명 ‘패션 위크’ 기간에 맞추지 않고, 짧은 시간 내에 결코 결론 내릴 수 없는 ‘과정’을 연구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공개된 영상에 등장한 인물들은 누구인가? 지극히 ‘평범’한 모습을 내세운 이유가 있을 터다.

나의 뮤즈이자 친구이자 가족이다. 이번 시즌 캐스팅은 마린 세르를 사랑하고 실생활에서 마린 세르를 입는 친구들을 전면에 소개했다. 그들과 그들이 하는 일 사이의 관계성을 오롯이 다룬, 그들의 이야기인 것. 영상 속 등장인물들이 가족사진을 바라보고 아이들과 뛰놀며 가족들을 만나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그들이 실제 사는 집에서 말이다. 마린 세르를 론칭할 때부터 옆에서 지지해준 이들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자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이다.

전에 펼쳤던 쇼와 이번 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난 컬렉션은 세상을 놀라게 하고자 했다면, 이번 컬렉션은 내일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도구를 만들고자 했다. 변화와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상상력과 창조의 과정. 이번엔 신비주의적이고 유토피아적으로 변형된 속 현실과 반대로 실재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우리의 뮤즈들을 찾아갔고, 그들은 촬영을 위해 찾아온 우리를 기꺼이 집에 초대해줬다. 그들의 개인적인 삶 속 깊숙이 말이다. 이들은 마린 세르의 상징이자 에너지다. 이들과 탄탄한 관계를 맺어나가는 것이 내겐 무척 중요하다.

마린 세르는 하이브리드 패션을 추구한다고 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마린 세르식 하이브리드 패션은 어떻게 진화했고 현재의 그 모습은 어떤지 궁금하다.

이번 시즌의 도전은 바로 이 브랜드의 혼종성과 창조성, 변화의 과정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우리가 론칭부터 해왔던 것들에 다시 접근하는 것이 또 다른 도전이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왔던 것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옷과 패션의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핵심core 가치에 집중했다. 당신이 제대로 봤다, 우리의 하이브리드 콘셉트는 시간이 갈수록 진화했다. 이질적인 소재를 믹스하는 단순함을 넘기 위해 꾸준히 탐구했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의상의 기능성과 의상이 착용되는 흐름을 이해해 크리에이티브하게 재각색했다.

마린 세르의 컬렉션 중 모든 룩이 리사이클링으로 제작된 피스로 구성된 것은 이번이 최초가 아닐지. 계속해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해오고 있다. 재생 데님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본 기억이 난다.

오늘날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패션을 논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2017년 론칭 이래 마린 세르는 혁명적인 생태 변화를 목표로 하는 에코퓨쳐리스트로 정의돼 왔다. 우리는 기후 중립, 순환 등에 집중해 새로운 생산 방식을 재고하고 있다. 특정 지역 내에서 생산해 이동을 줄이고, 지구가 우리에게 베푼 자원을 착취하지 않으려 한다.

원단 자체가 실루엣이라고 했다. 소재를 먼저 정하고 형태를 디자인하는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모든 것은 소재에서 출발한다. 소재야말로 이 모든 과정을 가치 있고 독특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실루엣은 원단의 무게, 질감, 원단이 지닌 역사에 따라 정의되겠지만 우리는 그 모든 성질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한편으로 재밌게 다루기 위해 노력한다.

‘에코’와 ‘퓨처리즘’의 조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가.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상상력’, 늘 중시하는 키워드다. 에코퓨처리즘과 관련해 우리는 이번 시즌 소규모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물류 서비스에 할애했으며, 퀄리티는 중시하면서 몇몇 피스들의 가격을 낮추고 제작 과정을 단순화하는 등 최적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