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도 이겨낼 나의 여름 향기들.

SCENT OF SUNSHINE

 

 

손은 눈보다 빠르다. 그렇지만 손보다 더 빠른 건 바로 코다. 사무실에서 동료와 하하 호호 사담을 나누다 가도 멀리서 선배의 알싸한 향수 냄새가 나면 바로자리로 돌아가 괜스레 키보드를 열심히 두들긴다. 이 후각 레이더는 여름이 되자 더 활성화되며 아주 옅은 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향긋하기만 하던 향수도 여름이 되면 영 독하게 느껴져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의미인 줄 아는가? 바로 올여름 새로운 향수를 들일 때가 됐다는 것.

마스크와 작별을 고한 이후 국내 향수 시장은 32%나 커졌고, MZ세대를 중심으로 향수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니치 향수에 대한 애정은 남녀노소 할 것없이 각별한데,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니치 향수가 이름과 달리 대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향기로운 사람이 늘어나고있다는 것은 대환영이다.

커지는 시장 규모만큼 더욱 다채로운 향이 등장하고 있지만, 올여름은 시트러스 향이 대세일 듯 하다. ‘여름철 시트러스’ 하면 다소 뻔한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상큼한 향에도 각각의 디테일이 엿보인다. 그중 가장 큰 특징은 많은 브랜드가 지중해 같은 이국적 장소를 각기 다른 기억과 감각으로 풀어 낸것으로, 향뿐 아니라 여름날 푸른 자연의 색감을 패키지에 녹여낸 섬세함이란. 사실 지중해 어느 나라도 가본 적 없지만 침대에 상쾌하고도 이국적인 향수를 가득 뿌려놓고 여유롭게 눈을 감고 있으면 그곳이 바로 휴양지가 아니겠는가. 이런 대리 경험을 향수 하나로 할 수 있다니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또 특정 지역에서만 수확 가능한 희귀 원료를 사용하거나 곡물과 채소의 향을 담은 독특한 향수가 출시되고 있으니 아직 천생연분 향수를 찾지 못했다면 곧만나게 될지도.

지난겨울은 유난히 길게 느껴져 여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막상 여름이 오면 그 열기와 습도 앞에는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울을 그리워한다. 그런데도 우리 코와 눈을 시원하게 해줄 이 향수들과 함께라면 조금이나마 더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푸른 여름날이 상쾌한 향으로 채워지길 바라며!

 

Text Hyun Junghwan
Art Lee Se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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