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이다. 미세먼지 알람 앱에서 빨간 불이 꺼질 날이 없다. ‘미세먼지가 피부에 그렇게 안 좋다는데···.’ 샤워가 간절하 지만 막상 집에 도착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옷만 갈아입고 바닥에 드러눕는다. 5분만 있다 씻어야지, 미루고 미루다가 한 시간 을 훌쩍 넘기는 것이 일상. 무거운 몸을 끌고 화장실에 들어가지만 막상 샤워를 시작하고 따뜻한 물이 온몸을 타고 흐르면 긴 장이 풀려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딘가에서 본 정보로는 샤워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는데, 누가 이 행복한 시간을 마다할 수 있 을까.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멍하니 있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샤워할 때 꽤나 분주하다. 클렌징 오일로 블랙헤드를 관리해야 하고, 짧아진 옷차림에 팔꿈치나 무릎이 거뭇해지지 않게 스크럽도 해야 한다. 또 샴푸를 하는 동시에 혀 클리너까지 동원해 양치를 하고 헤어나 보디 팩도 해야 하니 바쁠 수밖에 없다. 의식과도 같은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한 번 더 파이팅을 외치며 보디로션을 바른다. 커다란 몸에 비해 손은 왜이리 작은지. 머리까지 대충 말리고 침대로 다이빙하며 ‘진작 할걸. 내일은 꼭 집 에 오자마자 씻어야지’ 다짐한다. 하지만 내일도 별반 다를 것 없이 게으름 피우는 모습이 벌써 눈에 선하다. 맛있는 음식은 아 꼈다가 마지막에 먹는 타입이라고 말하면 변명이 좀 되려나.
Text Hyun Junghwan Art Kim Se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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