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IAN STOLLER
당신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다. 하지만 내가 질문을 통해 당신을 정의하기 전, 자신을 정의한다면 어떤 사람인가.
말하기엔 너무 저속한 것 같은데, 괜찮은가?(웃음)
괜찮고말고. 요즘 뉴욕의 추위가 엄청나다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잘 지내고 있지만, 왜인지 잠을 거의 못 이루고 있다.
인터뷰가 끝나면 단잠에 들길 기도하겠다. 최근 줄리아 폭스Julia Fox의 메이크업을 통해 크게 주목받았다. 그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대학 진학을 위해 뉴욕으로 이사했고, 니키 다케시Niki Takesh와 작업하던 중 줄리아 폭스를 만났다. 니키는 내게 줄리아의 생일 파티에서 줄리아의 메이크업 할 기회를 만들어주었고, 그곳에서 많은 예술가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함께 일하기 시작한 것인가.
아니다. 리치 샤잠Richie Shazam과 일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여러 면에서 그는 날 믿어주며 창의력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리치는 CFDA(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에 날 초대했고, 거기서 줄리아의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뜻밖의 기회를 줬다. 이후 줄리아와 계속 인연을 이어왔고, 줄리아와 일하기 시작한 건 최근이다.
메이크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항상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10년 동안 발레를 하며 극장가에서 자랐다. 그렇기에 메이크업은 항상 내 삶 가까이에 있었다. 열세 살 때 다른 사람 화장을 해주기 시작했고, 중학생 때는 시애틀의 록 공연 대기실에서 가수들의 메이크업을 해주곤 했다. 고등학생 때까지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내 얼굴에 다양한 메이크업을 하며 소셜미디어 속 새로운 존재를 구축해 냈다. 2021 장 폴 고티에 S/S 컬렉션의 메이크업을 내 얼굴에 직접 한 것이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됐다. 뉴욕에 도착했을 땐 이미 소셜미디어에서 꽤 유명해졌고, 오랫동안 팔로우하고 존경해 온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함께 작업할 수 있게 됐다.
나 또한 소셜미디어로 당신을 처음 접했다. 다양한 메이크업 룩 중 디지털과 메이크업을 접목시킨 룩이 가장 인상 깊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아트 디렉터인 라울 알레한드레Raoul Alejandre가 데이즈드 뷰티 SNS 계정을 위해 디지털 메이크업과 관련된 게시물을 만들었고, 거기서 영감을 받았다. 디지털 메이크업은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함께 작업하고 싶은 인물을 만날 수 없었기에 시작한 것인데, 오프라인 작업이 다시 가능해지면서 디지털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웃음)
그렇다면 요즘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최근에는 이사마야Isamaya의 인더스트리얼 컬렉션 제품에 푹 빠졌고, 특히 글로 세럼인 스킨르크를 사랑한다. 모든 사람을 거대한 스킨르크 통에 넣어버리고 싶을 정도다.(웃음) 또 쿨 톤 메이크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올드 스쿨 메이크업 룩을 구현하기에도, 얼굴의 윤곽을 아름답게 잡아주기에도 좋은 컬러다. 멍이 들거나 괴사한 듯한 표현도 좋아하는데, 이때도 애용한다. 알다시피 아름다움은 고통이지 않나.(웃음) 마지막으로 메이크업포에버의 아쿠아 레지스트 컬러 펜슬이 없이는 메이크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필수 아이템이다.
아름다움은 고통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러한 기묘한 미학은 어떻게 구축되었는가.
곤충과 저속한 이미지, 강렬한 꿈, 슈퍼모델, 신체적 공포, 니콜 키드먼, 린지 로언,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속 이사벨라 로셀리니, 인터넷 세상, 2013년의 레이디 가가, 포르노, 절망, 신. 뭐 그 정도.(웃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관심사는 주변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 그리핀 홀Griffin Hall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라텍스와 신체 개조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리핀 홀은 내가 뉴욕으로 이사했을 때 그가 알고 있는 예술 커뮤니티를 소개해 줬다. 그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고, 우리의 관심사는 종종 나란히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수분장을 메이크업에 활용한 룩 또한 신체 개조에 대한 흥미와 연관 되어 있는가?
메이크업의 비주얼적 표현에 한계를 느낄 때마다 좌절했고, 영화 <엑스맨>, <둠 어나이얼레이션>, <엑스 마키나>, <밤쉘>에 나오는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캐릭터 디자인과 신체 개조에 푹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한 비주얼을 만들 방법을 터득하기 위해 키애너 존스Kiana Jones의 아트워크를 참고하며 공부했다.
열정이 대단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한정되지 않고 스크린 라이터로 쇼트 뮤비 <킨드러드Kindred>에 참여했는데, 글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는가.
고등학교 마지막 해에 <킨드러드>를 썼는데, 그 때는 특히 힘든 시기였다. 학창 시절이 끝난다는 생각에 두려웠고, 어리석게 들릴지 모르지만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킨드러드> 대본을 썼다. 공포영화보다 인생이 더 소름 끼치고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많았고, 17세의 나이엔 모든 것이 너무 끔찍했기에 공포라는 감정을 좀 더 현실적으로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 젊음을 회고하는 영화는 많지만 실제로 내가 느낀 젊음은 너무나 절박했고 고통스러웠기에 그 감정을 영화에 투영하고자 노력했다.
영화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즐거웠나.
2021년 초에 절친한 친구이자 뛰어난 영화감독인 세이너 파다라기Sayna Fardaraghi와 대본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고, 펀딩 목표를 달성한 지난여름 런던에서 촬영할 수 있었다. 영화는 내가 학교에 다니는 원동력이 되었고, 궁극적 열정 그 자체였으며, 메이크업에 대한 사랑의 연장선이었다. <킨드러드>는 영화와 메이크업의 합류점이 됐고, 지금까지 한 모든 일 중 가장 자랑스럽다.
어떻게 다방면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가.
에너지 음료와 ADHD 치료제. 일할 때 한 번에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 영역에 꽤 능숙해질 때마다 다른 영역이 무너지는 것을 느끼기에 일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물론 균형을 맞추지 못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걸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끼지만, 두려움이 아닌 다양한 감정도 들어 모든 감정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흥분으로 이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된다.
마지막 질문이다. 인생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복수다. 아직은 누구를 위한 복수인지, 얼마나 뜨거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나조차 모르지만 누군가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 아주 크게. 언젠간···.(웃음)
Text Hyun Junghwan
Art Kim Hyo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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