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글은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한글은 기본적으로 네모꼴이다. 어센더와 디센더가 있는 알파벳과 달리 리듬감이 형성되기 어렵다. 하지만 탈네모꼴 한글의 등장과 디지털 발달로 다양한 글꼴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데이즈드> 아트팀 수임·세연·상현·민재와 함께 길 위를 걷고, 무수한 간판을 바라보며 오늘날 한글을 찾아 모았다. 바로, 이렇게.

ART

거리의 한글


민재
아득바득 붙어 여기에 살고 있다며 외치는 듯한 숙박업소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 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
한글 간판은 읽힘으로써 그 심연을 상상하게 한다.


수임
도시 미관을 해치는 주체가 한글 간판이라는 것에 동의하는가.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한글 간판은 한국의 도시를 대변하는 시민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형태는 뼈가 되고 글자는 살이 되며 벗겨지고 부서진 흔적은 주름이 된다. 이렇게 서로 공존하며 역사를 만들고 도시를 세운다.


상현
한 날, 작은 길목마다 사람들의 걸음이 있고 우리의 걸음은 한글을 마주할 때마다 멈춘다. 거뭇한 한글, 싸구려 조명으로 둘러싸인 한글, 작은 바람에도 흩날리는 오래된 저 한글에는 각기 다른 사연들이 들어 있겠지. 그 사연들을 뒤로한 채 목적지 없는 걸음을 애써 반복한다.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새로운 세계처럼 낯설다. 우리는 겁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세계를 걷는다. 권태 속 시의적절한 낯섦일지. 다시 낯선 풍경이 일렁인다.


세연
간판은 건물과 장사하는 사람들의 또 다른 이름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간판은 개성보단 획일성이 두드러지는 양상을 띤다. 이 한계성을 직선관 사선이 주로 어우러지는 한글의 특징에 대입해 우리나라 간판 문화의 아이덴티티 부재를 고찰해 본다.

Text Marco Kim
Photography Kim Jiyoung
Art Ha Suim, Lee Seyeon, Lee Sanghyeon, Joung Minjae 

더 많은 화보와 기사는 <데이즈드> 11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Check out more of our editorials and articles in DAZED KOREA November print issue.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