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다른 시계, 태용 그리고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가 교차하던 날.

시차

Text Kwon Sohee


네이비 블루 컬러의 오버사이즈 후디는 로에베(Loewe).


라이트 그린 컬러의 코튼 셔츠와 슈즈 트랙슈트 팬츠는 로에베(Loewe).


화이트 컬러의 코튼 보 셔츠는 로에베(Loewe).


네이비 블루 컬러의 오버사이즈 후디와 테라 벌카 레이스업 슈즈, 화이트 & 오렌지 컬러의 삭스는 모두 로에베(Loewe).

 

“이게 공개되는 시점은 완전 더울 때예요.” 그와 마주앉은 건 해가 저물면 기운이 떨어지던, 아직은 추운 초봄 밤이었다. 태용이 운을 뗐다.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거죠.” 그런 답을 하는 태용의 곁에는 준비한 도시락이 하나 있었다. 촬영으로 밥때를 놓친 태용을 위해 챙겨둔, 2018년도 <데이즈드>에 실린 사진이 스티커로 붙어 있는 그런 도시락. 스티커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지금은 디렉터가 된 <데이즈드>의 에디터가 6년 전 태용을 직접 찍은 그 사진을 나도 오랫동안 좋아했으니까.

“기억에 남아요. 텐,태용으로 같이 찍었잖아요.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화보 중 하나예요. 약간 어린 소년티를 벗고 조금은 성숙한 어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콘셉트였다고 기억하는데, 그런 건 그때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아직 보이시한데 그런 섹시함을 표현하는 일. 유일하게 가장 풋풋했던 시절 같아요.”

그러고 싶어서 여느 때와는 다른 디렉션을 줬다던 디렉터의 말이 기억났다. “맞아요. 지금의 저는 ‘이런 각도라면 이런 느낌으로 나올거야 ’정도는 알고 계산하면서 촬영하는 편인데, 그런 것도 몰랐으니까요. 그렇게 다른 시도를 계속해 보면서 어느 지점에서는 ‘어떻게 나오는지 알겠다’ 느꼈어요.” 사진을 가만보다 그가 혼자 풉 웃는다. “저때는 좀 더 말랐다.(웃음) 풋풋했고. 확실히 많이 말랐던 것 같아요. 그때는 말라도 되는 나이, 지금은 마르면 약간 안될 것 같은 나이. 그래도 저는 늘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생각하면서 살아요. 지금도 좋은데.... 그런데 지금이랑 정말 많이 다르네요.”

...

 

어쩌면 소멸한 시간. 그러나 우리 누구나 지난 시간을 통모르다가 문득 나중에 알게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또 어쩌면 지속되는 시간.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알겠는 거, 그때는 아득했는데 지금은 정확히 쥘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싶었다. 새벽이 그런 시간 아닌가. 한없는 밤과 금세 묽어지는 아침이 유일하게 교차하는 시간. 어제와 오늘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 인터뷰가 마침 그러라고 있는 자리 같았다.<데이즈드> 와 태용에게. 그래서 물었다.

“그런 질문도 받았잖아요. 태용은 자존심이 센 편인가요?”

“아마 ‘네’ 라고 했을걸요? 그땐 자존심도 야망도 굉장히 컸어요. 지금은 정말 단순한 욕심만 남았고요.”

이건 기억할까. “져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했어요. 사실 그게 이기는거라고." 

“오,맞아요.” 태용은 잘 안다는듯 반색했다.

....

Text 소히(Sohee, 권소희)
Fashion Kim Youngjin
Photography Peter Ash Lee
Art 조나단(Jonathan, 이상현)
Hair Woo Eunhye at Cutloose
Makeup Park Soojin at Cutlo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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